올해부터 비중 30%로 늘어나…재수생과 형평성 불만에 교사ㆍ학부모도 불만
"수행평가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꼬박 2주가 걸려요. 고3이라 수능 준비도 해야 하고, 중간ㆍ기말고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부담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러니 수능만 죽어라 준비하는 재수생들이 대입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서울 목동의 A고 3학년 김모양은 올해부터 비중이 크게 확대된 수행평가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중ㆍ고교의 전과목에 걸쳐 총배점의 30% 이상 수행평가를 반영하도록 했다. 중간ㆍ기말고사 외에 수업시간 중의 토론, 발표, 실험, 프로젝트 학습, 논술 등을 평가해 내신성적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선행학습형 사교육을 유발하는 점수 경쟁을 억제하고, 과정 중심의 질적 평가를 내실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학교 현장, 특히 고3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3인 고모군은 "이전에도 수행평가를 조금씩 실시했던 학교도 있지만 우리학교에선 처음이다. 중학교 3년, 고교 2년 동안 해오지 않았던 것을 고3이 돼서 갑자기 하려니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B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모 교사는 "수행평가를 확대하려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수많은 학생들을 수업시간마다 관찰해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과제를 내주거나 서술형 평가를 하지만 이 역시 학생들이 부담을 느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수행평가 채점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학부모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 입장에서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결국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선학교에서는 지필고사 형태의 수행평가가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에겐 중간ㆍ기말 고사에 시험 하나가 추가되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행평가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학생들의 편견이 반영된 것"이라며 "토론과 발표가 활성화되는 수업은 학생들이 졸지 않고 집중하는 수업들이며 학습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고3에게 입시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문제풀이식 수업만 하는 것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평가하는 교육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입시 일정 때문에 고교 3학년 2학기에는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의 홍인기 정책위원장은 "수행평가의 취지가 온당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 동안의 수업방식이 잘못됐다는 증거"라면서도 "시교육청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와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했다면 혼란이 덜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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