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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학생 체벌 폐지의 조건은 엄정한 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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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학생 체벌 폐지의 조건은 엄정한 학칙

입력
2011.04.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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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보다 150여년 전에 세상에 이름을 떨친 관중의 글에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법도(학칙)”가 나와 있다. ‘선생님이 가르침을 베풀 때 제자는 이를 배우고 익혀 겸손하고 공경스러우며 다른 마음이 없으면 가르침을 받은 바가 지극한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는 유교와 관계 없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임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서 제자들에 대한 체벌 이야기는 언급이 없다. 제도화가 잘 된 선진국에서도 학교체벌이 없는 것은 공통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실 붕괴 현장에서는 학교의 간접 체벌(직접 체벌은 이미 금지됨)을 이어가느냐 마느냐로 논란이 팽팽하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고통스러워 보인다. 선생님들로서는 관자가 언급한 학생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들의 학습 분위기 망침을 좌시할 수 없고 교내외에서의 학생다운 모습이 비치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까지 맡다 보면 교단은 형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위와 같이 선생님을 공경하고 학업에 열중하려는 학생들은 일부의 불량 학생들이 교실 안팎에서 행하는 못된 짓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피해를 받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 주소다. 여기에다가 이런 학생들을 체벌할 경우 그들의 학부모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폭력을 휘두르고 소송을 제기하는 마당에서는 학교의 행정력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 학생인권 조례에 따른 학교 체벌 금지를 전격 시행하여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교육권은 경시되고 소수의 어쩌지 못하는 불량 학생들의 인권은 철저히 보호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막연히 과도기적인 진통이라고 기다리기엔 교육현장에서의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되레 깊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불량 학생들에 대한 계도를 넘어 인성교육까지를 선생님이 책임지기에는 교육현실의 짐이 너무나 버겁고 실현성도 없다. 학교의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은 인성과 학업을 교육하는 현장에서 단호하게 반성시켜야 하고 그들에 대한 인성교육은 가정에서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 교육 현장에서 교권과 일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범례이고 학교 체벌이 없는 이유이다. 선진국에서 특히 학교 ‘왕따’ 문제는 경찰이 해당 학생의 부모까지 소환하여 철저히 책임을 추궁한다.

학교 체벌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칙에 대한 엄정한 기강이 서 있어야 하고 선생님과 학생 및 학부모의 자발적 준수 풍토와 불이행에 따른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자율 이전에 마땅히 지켜야 하는 책임을 지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까지 부여하는 자율권은 흉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성을 학교에서 훈련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칙과 규율을 책임 있게 이행하도록 철저히 교육하는 것이 체벌 폐지의 선결조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형열 고려대학교 로스쿨 학사지원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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