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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안함 1주년과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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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천안함 1주년과 태극기

입력
2011.04.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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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그 나라를 상징하는 각양각색의 국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는 기미년 3ㆍ1 독립 운동 때 처음으로 삼천리강산에 나왔으며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정부수립 다음 해인 1949년에 현재의 태극기로 확정되었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있는 태극기의 주된 의미는 평화 단일 창조 광명 무궁 조화 평등이라고 한다. 사각형의 흰색 바탕 중심에 태극이 있고 네 귀에 태극을 향하여 4괘(건 곤 감 리) 가 서로 바라보도록 되어 있다. 각종 행사 때 우리는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면서 태극기를 우러러보며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애국가를 제창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충성을 맹세한다.

아파트에는 태극기를 게양하게끔 베란다 외부에 쇠창살 파이프 한 개가 비스듬히 튀어나와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파트는 국경일에 과연 몇 세대나 태극기를 게양 하는가 세어보는 습관이 있다. 지난 3ㆍ1절 때 한번 둘러보니 전체의 삼분의 일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깜박 잊었을까? 실망은 물론이고 한심스런 생각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짐작하건대 다른 곳도 별로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날이 공휴일이라는 것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로 돌아가 보자. 그 때 경기장에는 초대형 태극기가 우람스럽게 펼쳐졌으며 또 "대한민국"을 외치는 국민들의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었다. 그리하여 결국 4강의 신화를 이루지 않았는가. 그 때의 감동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유난히 여린지는 몰라도 나는 국제경기 시상식을 할 때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장면을 보면 저절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럴 때면 슬며시 오른 손을 가슴에 올려놓는다.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작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 매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며 흘리는 눈물을 보았는가. 이 어찌 감격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어떤 사람은 외국에 나갈 때는 꼭 태극기를 가지고 간다고 한다. 항상 대한민국 국민임을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산악인 고상돈씨가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자랑스럽게 꽂은 것이 바로 태극기였고 이번 일본 대지진때 파견된 우리 119 구조단이 입은 옷에도 태극기는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나는 작년 현충일 한낮에 시내 중심가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모 관공서 옥상에 평상시와 같이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즉시 창문을 열고 근처에서 교통 정리하는 경찰관에게 태극기를 가리키며 조기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갖지 않은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러한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텔레비전 화면에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있는 장면이 나와서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할 때가 있는데 이 또한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에 대하여 한층 더 신중을 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3월26일은 천안함이 정말 허망하게 침몰된 지 일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순국한 장병들의 명복을 빌어 마지않는다. 자,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 새롭게 태극기를 인식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힘차게 전진하자. 이것이 천안함 침몰로 순국한 장병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이상욱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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