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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 '중동의 사회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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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강의를 찾아서]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 '중동의 사회와 문화'

입력
2011.04.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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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사태는 내전 미국이 머뭇거릴 수밖에"

튀니지에서 시작한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바레인, 예멘 등으로 확산되면서 아랍권의 정치지형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그에 맞춰 아랍권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지식은 아직도 부족한 편이다.

인문학 프로그램 '다중 지성의 정원'이 마련한 '중동의 사회와 문화'는 중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곳에서 진행되는 일을 주체적으로 보는데 도움을 주는 시의적절한 강좌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가 진행하는 이 강좌는 28일 '중동, 미지의 세계와 분쟁의 화약고'를 주제로 첫 강의를 했으며 일곱 번의 추가 강의가 계획돼 있다.

리비아사태는 처음부터 내전, 이집트 혁명은 SNS혁명 아냐

유 교수는 리비아 사태는 처음부터 내전 성격이 강했다고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한 것은 맞지만 민족해방전선, 리비아순교자운동 등 반카다피 노선의 이슬람세력이 결합하면서 처음부터 내전의 성격을 띠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내전이라면 국제사회가 개입할 명분이 없다"며 "프랑스 등 서구가 공습에 나섬으로써 이제는 내전이 아니라 전쟁이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반카다피 임시정부의 성격을 의심하면서 발을 빼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리비아 사태에서 내전의 성격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게 유 교수의 주장이다.

유 교수는 또 "언론이 이집트 혁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혁명의 명칭은 혁명의 성격 및 본질과 관련돼 있는데 이집트 혁명에서 SNS라는 서구문명이 중요 기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며 "섣불리 SNS혁명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친미정권의 붕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보게 하려는 전략이자 선전전"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그는 이집트 서민이 즐겨먹는 음식의 이름에서 따와 '코샤리 혁명' 혹은 나일강의 통치자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나일강 혁명'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가 이 대목에서 돌아본 것은 언론의 관점이다. 그는 "한국 언론이 인용한 기사의 80%가 서구 언론"이라며 "친미국가와 반미국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이중잣대에 따라 아랍민주화운동을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반미성향의 이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서는 시위대에 용기를 촉구하고 이란 정부를 압박한 반면 친미 성격의 바레인에 대해서는 국왕에게 우정 어린 충고를 하는 서구 언론을 따랐다는 것이다. 리비아의 경우 시위대가 트리폴리를 점령, 카다피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고 유 교수는 지적했다.

아랍민주화운동 이후 중동 정치의 재편 방향

유 교수는 민주화 운동 이후 중동에서 일어날 현상으로 ▦터키의 급부상 ▦시아파 연대와 이란의 영향력 확대 ▦미국 중동 전략의 수정 등 세가지를 들었다.

전통적인 친미국가 터키는 2008년 12월 가자전쟁 때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2007년 이후 친서구정책에서 탈피, 중동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튀니지의 야당 대표가 "향후 우리가 추구할 정치 모델은 터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민주화 이후 중동 국가들은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를 표방한 터키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유 교수는 전망한다. 미국 등도 이슬람 국가가 터키 모델을 따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의 주역으로 떠오른 시아파가 영향력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 공식적으로는 이란, 이라크가 시아파 국가이지만 수니파가 집권하고 있는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각각 인구의 80%, 40%가 시아파다. 게다가 시아파 교리에는 자신이 시아파라는 사실을 은폐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아파가 더 많을 것이라고 유 교수는 추정한다.

또 한가지는 미국의 중동정책 전면 수정이다.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은 30년 동안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친미정권이었다. 그 정권이 붕괴한 것은 미국 중동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는데 이 역시 미국에 충격을 주었고 그래서 미국은 즉각적인 정권교체 대신 정권의 변화로 중동 전략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바레인 정권이 교체되면 예멘, 사우디 아라비아 등 다른 친미 국가에서 정권 붕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바레인 왕정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정책을 추진하도록 한 것이다.

중동문제의 핵심은 석유

분쟁지역은 달리 말하면 전략지역이다. 중동을 전략지역이라고 한다면, 그 핵심은 바로 석유다. 유 교수는 "19세기 영국은 석탄으로 세계를 지배했고 20세기 미국은 석유로 패권을 유지했다"며 "석유는 권력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미국이 전개한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은 물론이고 레바논전쟁, 가자전쟁,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리비아전쟁 모두 테러리스트를 격퇴하려는 전쟁이 아니라 서구의 자원패권을 강화하는 전쟁이라고 파악한다. 리비아만 해도 세계 석유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지만 채굴단가가 낮고 품질이 좋은데다 지리적으로 유럽과 가깝기 때문에 효용이 높다. 리비아 석유는 특히 동부지역에 많은데 서구가 리비아를 동서로 분할, 반카다피세력이 동쪽지역을 통치할 수 있도록 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한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 유 교수는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이 바로 이란 위협론이다. 지금은 페르시아만 외에 카스피해 부근에서도 석유가 많이 생산되는데 이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 모두에 접해 있는 나라다. 미국 입장에서는 어떤 나라보다 이란의 협조가 절실한데 그 이란이 반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 등이 이란 위협론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이슬람 문화 이해하기

"하늘 나는 양탄자? 지붕 타고 줄행랑 치는 도둑 빗댄 것"

마법의 양탄자 등 이슬람 문화에서 나타나는 상징은 설화나 소설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돼왔다. 유달승 교수는 이슬람의 역사나 문화에 좀 더 접근하면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마법의 양탄자

유 교수는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 마법의 양탄자를 든다. 중동처럼 비가 적은 지역의 집은 지붕이 평평하다. 반면 그곳의 도시는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방어요새처럼 지어졌다. 그래서 성인 남성 2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다. 그 길은 또 미로여서 낯선 사람은 헤매기 쉽다. 유 교수는 양탄자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도둑이 물건을 훔쳐 도망갈 때 골목은 너무 좁으니 지붕을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멀리서 보면 그것이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단순한 작가적 상상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슬람은 사막의 종교

유 교수는 이슬람이 사막의 종교라고 말한다. 돌이나 바위는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사막의 모래는 모양이 다 같다. 모든 무슬림은 인종, 성, 나이에 관계 없이 모래처럼 동등하다는 이슬람의 평등사상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런데 사막에는 길이 없다. 모래바람 때문에 길이 시시각각 바뀐다. 그런 곳에 사는 유목민은 토론하고 논의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지도자에게 절대적 권위를 부여한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이란은 성격이 다르다. 이란은 조로아스터교가 탄생한 지역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선한 신과 악한 신이 있다. 선한 신의 대리인이 선한 왕이고 악한 신의 대리인이 악한 왕이다. 그런데 악한 왕이 통치하면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고 본다.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처음으로 일어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극단적 이슬람주의 역시 이슬람의 다른 얼굴이다. 그러나 유 교수는 "이슬람의 테러가 과장된 면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극단적 행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알카에다도 사우디 왕정체제에 대한 반발로 생겼다가 사우디 왕정의 배후에 있는 미국을 겨냥하게 된 것이라고 유 교수는 지적한다.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들어서면 자살폭탄테러 같은 극단적 투쟁이 약해질 것이라고 유 교수는 말한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일부다처제, 명예살인

아랍지역에는 전쟁과 약탈이 많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칼을 차고 다녔다. 지금도 예멘, 오만 등에는 칼을 장식품으로 차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이방인이나 이교도는 저 칼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았을 수 있다. 유 교수는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나오지도 않는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일부다처제는 정확히 말하면 일부사처제다. 부인 4명까지를 정실로 둘 수 있다. 이슬람이 탄생한 7세기에는 전쟁 등의 참화 속에서 미망인이 많아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일부다처제가 성행했다. 그때 부인을 4명으로 제한한 것이 바로 일부사처제다. 그것이 종교의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왕족, 부자 등 재력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결혼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는 서민층 남성은, 4명의 부인은 고사하고 1명의 부인도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예살인은 유목민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자존심과 관련이 있다. 유목민은 손님을 환대하고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명예를 훼손하면 강하게 응징하는데 거기에서 명예살인이 나왔다. 가부장적 사고 때문에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주로 여성을 응징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 교수는 "명예살인 그 자체는 유목민의 관습에서 나온 것일 뿐 이슬람과 관계가 없다"며 "바뀌어야 할 전근대적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 유달승

●1965년 춘천 생

●1990년 한국외대 이란어과 졸업

●1998년 테헤란 국립대 정치학 박사(한국 최초의 이란 유학생)

●1999∼2000년 하버드대 중동연구소 방문연구원

●2003년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

●저서 <이슬람혁명의 아버지 호메이니> <중동정치의 이해 1∼3> (공저)

●역서 <중동의 비극>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정치적으로 왜곡된 이슬람 엿보기> 등

박광희 편집위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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