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실무자로 근무하던 시기에 필자의 발명을 특허와 실용신안으로 이중 출원하였던 적이 있다. 손목시계형 휴대폰에 관한 것이었다. 준비 단계에서 선행 기술을 조사해 보니 대기업들이 이미 앞서가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몹시 마음이 흔들리고 망설여졌지만, 차분하게 출원하였다. 그러나 막상 특허청으로부터 의견제출통지서를 받고 보니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대기업의 기술과 비교하여, 한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제출기간을 연장하면서 심사숙고를 한 끝에, 필자는 특허는 포기하고 실용신안권만을 방어하기로 하고 최선을 다했다. 남몰래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발명자(연구개발자)가 사업화까지 잘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유명한 에디슨도 성공적인 발명자였지만, 사업화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발명자 또는 연구 개발자'(A)와 '투자자 또는 사업가'(B)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발명품이 제품과 상품이 되어 구매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된다. A와 B의 협조관계는 다양한 관계가 될 수 있는데, 개인과 중소기업 간의 동업(공동 대표) 관계, 중소기업 간의 협력 관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협력 관계 등이 될 수 있다. A, B가 협조하여 상품을 출시하였으나, 수익을 내지 못한 경우에는 서로 간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이 마무리된다. 몇 가지 분쟁이 생길 수는 있지만 특허권 침해와 같은 복잡한 분쟁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또 당사자인 기업이 대기업일수록 기업의 이미지 실추를 막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하기도 한다. 반대로 A, B가 협조하여 시장에 출시한 상품의 수익이 크면 클수록 제로섬 게임의 특성을 가진 시장에서, A와 B는 각자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분쟁을 겪을 수 있다.
지난 3월11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다. 필자는 이와 함께 특허권 가치평가(Patent valuation) 또는 특허권 가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서, A와 B가 서로 간 타협 양보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으면 한다. 이미 국제지적재산권기구(WIPO)는 특허권 가치평가에 대한 세 가지 접근 방법으로 원가가치(Cost-value), 수익가치(Income-value), 시장가치(Market-value)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게시하고 있다.
4, 5월에는 과학의 날, 발명의 날이 있다. 발명이 활성화되고, 과학이 발전하여 국가 경쟁력이 강해지기를 염원하는 날들이라고 본다. 필자는 특허권 가치평가 또는 특허권 가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안정되게 정착되어 발명자 또는 연구 개발자와 투자자 또는 사업가들이 상호간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면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영준 OCA발명창작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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