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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 새 흥행 전략…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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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 극장가 새 흥행 전략… 버텨라!

입력
2011.04.0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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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지난 주말(1~3일) 8만4,07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2월17일 개봉한 뒤 한달 반이나 지난 상황에서 거둔 흔치 않은 흥행 성적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개봉 첫 주말 순위는 6위에 그쳤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3일까지 138만6,363명을 불러모으며 흥행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강한 영화들이 살아남기 십상인 극장가에 이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입 소문을 바탕으로 깜짝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연달아 나오며 새로운 경향을 형성하고 있다. '강한 영화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영화가 강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한 시장 상황이다.

'블랙 스완'도 전형적인 슬리퍼 히트(Sleeper Hitㆍ예상 밖 흥행 성공)작이다. 2월24일 개봉해 첫 주말 흥행 2위에 올랐던 이 영화는 장기 흥행하며 159만7,841명을 모았다. 나탈리 포트만의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이 위력을 발휘했다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블랙 스완'은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독립영화들도 장기 상영으로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남자 고등학생의 우정과 파멸을 정교하게 그려낸 '파수꾼'은 지난달 3일 개봉, 3일까지 1만4,773명을 기록했다. 2월17일 개봉한 '혜화, 동'도 지난 주말 1만명(1만109명) 고지를 넘어섰다. 독립영화계에서 관객 1만명은 흥행 성공의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는 수치다. 두 편 모두 높은 완성도로 기대를 모았지만 흥행은 자신 할 수 없는 영화들이었다.

입 소문에 따른 장기 상영이 빛을 발하면서 이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려는 영화도 등장했다. 수입사가 흥행을 자신한 인도영화 '내 이름은 칸'은 지난달 24일 예상과 달리 전국 13개 스크린에서 조촐하게 개봉했다. 첫 주 흥행 결과와 상관 없이 두 번째 주부터 상영관 수를 늘려가며 장기 상영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상영관을 점차 늘려가면 관객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영화'로 인식할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 '내 이름은 칸'의 지난 주말 전국 스크린 수는 198개였고 흥행 순위는 7위(누적 관객 10만8,712명)였다.

장기 상영 영화들의 성공은 비수기 작은 영화들이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설 연휴가 지난 뒤 2~4월은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 백가쟁명 식으로 그만그만한 영화들이 쏟아지지만 올해처럼 슬리퍼 히트가 연달아 나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투자배급사 NEW의 박준경 마케팅실장은 "올해 2~4월 시장은 굉장히 특별하다. 확실한 감동이나 특출한 개성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면 비수기에도 두드러진 흥행이 가능함을 깨닫게 한 시즌"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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