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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청목회 사건으로 소액모금 끊겨…국회의원 후원금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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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청목회 사건으로 소액모금 끊겨…국회의원 후원금 비상

입력
2011.04.0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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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 비상 경보가 발령됐다. 국회의원들의 공식적인 돈줄인 후원금 모금이 이른바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으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반 시민들은 1인당 10만원까지 가능한 세금공제를 활용해 연말에 의원 후원금 대열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청목회 사건으로 소액 모금마저 어려워지자 의원실마다 비상이 걸린 것이다. 6ㆍ2 지방선거로 후원금 모금 한도가 3억원(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으로 늘었지만 한도를 못 채운 의원이 이미 한도를 넘겨 정치자금을 모은 의원들에게 손을 내미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후원금 규모에 웃고 우는 의원실

야당 소속으로 지방에 지역구를 둔 A의원은 지난해 후원금 9,000만원 모금에 만족해야 했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로서는 초ㆍ중ㆍ고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주는 소액 후원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후원금 액수를 밝히는 게 창피할 정도지만 특별한 연줄도 없어서 욕심을 버렸다”는 A의원은 최대한 비용을 절약해서 쓰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B의원은 정반대 경우. 그는 지역구 인사들에게는 아예 손을 벌리지 도 않는다. 법조계 동료와 선후배들이 보내주는 후원금만 해도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도리어 너무 많이 거두는 게 눈치가 보인다며 2009년에는 1억2,000만원, 지난해에는 2억5,000만원 선에서 모금을 마감시켰다. “청목회 사건 때문에 상임위 산하 단체나 협회에서 오는 돈줄이 마르긴 했지만 지역구에 손을 벌릴 정도는 아니다”는 B의원은 시ㆍ도 의원들이 보내오는 100만~200만원의 후원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돌려보낸다고 했다.

공식적인 정치자금이 후원금밖에 없다 보니 후원금 규모에 웃고 울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정치 현실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돈을 모으는 창구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수단은 출판기념회. 자신의 존재도 알리고 공개적으로 정치자금도 모을 수 있는 유용한 창구다. 지난해 두 차례 출판기념회를 열어 1억원 넘는 자금을 모았다는 중진의 C의원 사례는 의원회관 주변에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의 보좌관 D씨는 “후원금은 모두 공개해야 하지만 출판기념회서 거둔 자금은 저작권 개념이라서 고스란히 의원의 개인 통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상임위 산하 단체나 협회의 쪼개기 후원이나 종교단체의 뭉치 후원금도 여전히 국회의원들의 짭짤한 수입원이라는 게 의원실 주변의 이야기다.

고정비용으로만 매달 최소 1,500만원 지출

“후원금으로만 정치자금을 제한하는 바람에 의원들의 지갑은 거의 유리알이 됐는데 사무실 운영과 경조사 참가 등 정치활동은 그대로여서 어디서 검은 돈이라도 당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계파 보스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던 과거와 달리 후원금 등 공개 자금에 거의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치가 현실화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이런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지역구 규모와 도ㆍ농 간 차이는 있지만 연간 초선 의원은 1억5,000만~2억5,000만원, 재선은 2억~3억원 가량, 3선 이상의 중진은 3억원 이상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다. 대다수 국회의원의 한달 고정비용은 최소 1,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각종 식사 모임 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제 정치인이 쓰는 돈은 더 늘어난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조달과 지출이 과거보다 많이 깨끗해졌지만 상당수 정치인들은 약간의 ‘검은 돈’을 수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고정비용 가운데 가장 큰 항목은 지역 사무실 운영비. 서울의 경우 임대료를 포함해 한 달에 500만원 내외는 기본이다. 지역구가 넓거나 몇 개 시ㆍ군ㆍ구에 걸쳐 있는 지방 출신 의원의 경우엔 사무실을 두 개 이상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인건비까지 합치면 월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러다 보니 의원 사무실 위치가 눈에 띄는 대로변에서 점차 뒷골목으로 후진하고, 접근성이 좋은 1~2층에서 3층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에게는 월 100만원을 넘는 차량 유지비도 적잖은 부담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과 찬반 논란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 움직임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선 3월 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기습 처리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특정 법인이나 단체의 개별 회원들이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소액 기부하는 행위를 현행 조항에서는 이른바 ‘후원금 쪼개기’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 조항이 개정되면 개별 회원들의 기부 자금이 법인ㆍ단체의 자금으로 확인될 때만 처벌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위 개정안은 주로 개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관련된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법인과 단체가 정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다시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3월 25일 법인과 단체가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고, 선관위가 이를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따라 정당에 나눠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기탁금의 50% 내에서 특정 정당에 지정기탁(최대 5,000만원)을 하는 것도 허용한다.

두 개정안 모두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조항에서 파생된 문제다. 이는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해 만든 정치자금법 개정안(일명 오세훈법)의 핵심 내용이다. 기업의 검은 돈이 정치자금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만든 법이다.

오세훈법으로 정치자금 문제가 많이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자금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을 금지하는 대신 소액 다수의 후원을 장려하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후원금 쪼개기’ 의혹 수사 등으로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의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받은 소액 기부금으로 처벌을 받게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 도대체 어디에서 정치자금을 구하란 말이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지금 제도라면 가진 재산이 많은 정치인만 정치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선관위는 “투명성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원활하게 적정한 정치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인, 단체의 정당 기탁금이 허용되던 2004년에는 내역 공개 규정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10원까지도 모두 공개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과거 회귀’ 주장을 반박했다.

개정 찬성 측에 상당수 여야 정치인과 선관위가 있다면 반대 측에는 이를 ‘개혁의 후퇴’로 간주하는 유권자 여론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행안위 개정안은 기업이나 단체가 거액의 후원금을 소액으로 나눠 낼 수 있는 ‘편법 후원’을 사실상 방조하게 되고, 선관위 안은 정치인에 대한 기업, 단체의 영향력을 확대시켜 입법로비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호 남부대 교수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후원금 요구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깨끗한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적 염원에 맞지 않다”며 선관위 개정안 등에 대해 반대했다. 오세훈법의 주인공인 오 시장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현재의 개정 시도는 발전적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며, 과거로의 회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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