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프리드먼, 레슬리 마틴 지음ㆍ최수진 옮김
쌤앤파커스 발행ㆍ368쪽ㆍ1만6,000원
뚱뚱한 사람보다는 날씬한 사람이 더 건강하다. 3시간씩 매일 TV를 시청하는 사람은 그 시간에 운동을 하는 이보다 덜 건강하다. 하루에 사과 하나씩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이는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더 오래 산다.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이에 비해 장수한다. 과연 이런 통념이 맞는 얘길까. 이 책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살을 빼라’ ‘운동을 열심히 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등의 명제를 뒤엎는다. 매일 브로콜리를 챙겨 먹고, 최첨단 러닝화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 인내심 성실함 성취감이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들인 공은 꽤나 놀랍다. 이미 고인이 된 루이스 터먼 스탠퍼드대 교수는 1910년 전후해 태어난 미국 소년 소녀 1,500명을 선발했다. 그리고 이들을 상대로 성격 가족 취미 성관계 직업 습관 등을 10세 때부터 꼼꼼히 기록하고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과 성인이 된 이후의 삶과의 연관성을 캐기 위한 장기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 책의 저자인 두 심리학자는 56년 사망한 터먼 교수의 뒤를 이어 90년부터 그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수명과 장수에 관한 연관성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장장 80여년에 걸친 연구다. 연구 대상자 대부분은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책은 먼저 “현대의학은 개인들이 건강하게 장수하며 사는 최상의 경로가 무엇인지에 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며 “현대의학은 ‘왜 어떤 사람들은 건강하게 사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병으로 쓰러지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과 과학적 측정치, 통계적 분석에 대한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할 뿐이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밝히기 위해서는 성격은 물론 가족 관계, 직업, 사회 관계 등 개인차를 고려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본론에서는 건강과 장수에 대한 대부분의 통념을 반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가령 활달하고 낙천적인 사람들이 오래 살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이 대표적이다. 활달한 아이들은 자라서 좀더 태평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조용하고 진중한 이들에 비해 비행과 사냥 같은 위험한 취미를 즐기거나 위험에 대한 인식도가 떨어져 되려 일찍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요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물론 이에 대해 훌륭한 의사와 좋은 헬스클럽, 안전한 집을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부 때문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들은 경제적 부에 앞서 이들이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성실한 사람들은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일생 동안 건강한 환경과 사회 관계를 스스로 형성해 오래 살 수 있는 인생 경로를 개척해 낸다는 것이다.
기도를 하면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이들은 수명과 종교의 필연적 관계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여성들이 종교 활동을 통해 사회 관계와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책은 이혼 후 독신 남성이 이혼 후 독신 여성에 비해 일찍 죽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혼한 남성은 이혼에 따른 스트레스가 여성보다 훨씬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동반자 관계의 이점 또한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저자들의 분석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책이 제시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의 비법은 뭘까.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는 등 아무리 노력을 해도 건강과 상관 없으니 마음 편하게 살아라’는 식은 결코 아니다. 다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은 브로콜리를 먹고 안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이나 사회 관계, 자신을 둘러싼 환경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렸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사회적 인간관계에서 실질적인 관계들을 많이 맺는 사람들과 타인을 돕는 일에 관여하는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끝으로 저자들은 사회 변화도 촉구한다. “우리 연구는 더 성실하고 목표가 있는 시민들, 그리고 그들과 잘 통합된 지역사회가 장수하는 건강한 사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연구 참가자들이 분명히 밝힌 건강과 장수에 관한 지침들이 모든 사람을 더 건강한 길로 가도록 도움을 주는 보건의료시스템과 사회 변화를 고무하길 바란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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