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사회적으로는 가정 경제에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해 저출산이나 사회 계층 간 위화감을 야기한다. 또 학생들에게는 사고력이나 창의성을 저해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역대 정부와 지금 정부가 일관되게 사교육비 경감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현 정부 들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8년에 전년 대비 5.0%, 2009년에는 3.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전의 평균 증가율 12.1%(2001~2006년)보다는 현저히 낮아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10년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사교육비가 줄어 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학교 교육 내실화가 핵심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을 ‘사교육비 경감 원년’으로 평가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간의 꾸준한 노력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준은 아니지만, 늘어나기만 하던 사교육비가 일단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우선 학교 교육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학원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의 총체적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아 거듭 의지를 천명하고, 범정부적인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및 사교육비 경감 대책반을 운영했다. 또 시ㆍ도 교육청의 사교육비 경감 관리시스템 마련과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중심으로 하는 민간단체의 노력,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와 같은 현장의 시범 사업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교과 교실제 도입,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전면 확대,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학교교육 내실화, 대학 입시와 특목고 등의 고교입시제도 선진화, 방과후 학교와 EBS 강의 등의 사교육 대체서비스 강화 등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부모들이 학원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려는 불안 심리와 학원에 대한 기대 심리를 극복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상의 사교육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현장의 학부모들이 체감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 침체에 따른 가계지출 감소와 학원 교습시간 단축 등의 규제를 감안하면, 사교육비 감소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사교육비 경감 성과를 높이려면 학교 교육을 더욱 내실화, 공교육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학교에서는 무엇을 많이 아는 아이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것이 상급학교 진학과 기업 채용에까지 연계되는 시스템적 변화를 이뤄야 한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믿도록
또한 학원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자기주도적인 학생과 학습공동체 학교를 만드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학교 교육이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학습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이런 학생들이 상급학교 진학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입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학교 교육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사교육 대책의 핵심은 학교 교육의 내실화이다. 학교는 교사의 열정과 전문성으로 학원보다 수업의 질을 높여야 하고, 학생에 대한 학습 및 생활 정보를 학부모에게 주기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학부모는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당사자이므로 교사와 학교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학부모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학교에 대한 믿음이 깊어져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김순남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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