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영재 조모(19)씨가 숨진 지 닷새 만인 지난 1월 13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캠퍼스에서는 '무엇이 문제였습니까'라는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장을 메운 50여명의 학생들은 조씨 사망의 원인으로 2007년 이후 도입된 ▦100% 영어수업 ▦징벌적 등록금제 등을 지목했다.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비과학고 출신 학생들을 따로 지도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실제 카이스트는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2006년 7월 이후 상당한 정책의 변화를 겪었다. 학사관련 정책 외에도 교수 정년심사를 강화하고, 학과간 실적경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교수사회에도 개혁을 강조했다. 2007년 2월 공개한'카이스트 발전 5개년 계획(2007~2011)'에서는 "카이스트는 세계 10대 대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질적 성장은 물론 양적 성장이 절실하다. 특히 최적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현재 정부지원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카이스트는 이의 해결을 위해 기부금조성, 차입, 등록금 징수 등 필수재원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고려할 것이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서남표식 개혁안'에 대한 교내외 평가는 엇갈린다. 2009년 말 카이스트 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수 453명 중 51%(282명)가 서 총장의 발전계획이 장기적 비전에 '부합한다'고 답해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대내외의 비판도 잇따랐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공학과 교수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 넘어갈 것 같아서 걱정이다. 학교는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 장학금제도를 바꾸고, 교수-학생, 학생-학생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역시 30일 "우리가 자살의 원인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그것(성적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때문 아니겠는가"라며 "빡빡한 학사관리시스템이 학생들의 자살을 낳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고, 일각에서는 그분(서 총장)을 교육 개혁가라고도 부르지만 내가 볼 때는 교육개혁가라기보다는 경영개혁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실제 2006년 서 총장의 취임 이후 구성된 총장자문위원회 국내 인사 7명은 모두 대기업 경영자 등 기업인으로 구성됐다.
김혜영 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