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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학생 평가] <3ㆍ끝> 선진국형 평가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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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키우는 학생 평가] <3ㆍ끝> 선진국형 평가 갈 길 멀다

입력
2011.03.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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正義보다 情이 앞서… 대입제도 안 바뀌면 절대평가도 요원선진국은 지적 성장 과정 기록 한국은 경쟁 치열해 객관성 훼손교사 절대평가권 보장 방안 찾고 온정주의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독일에서는 수능 같은 대학입학시험지를 각 학교 교사들이 채점해도 모두 결과를 신뢰해요. 우리도 그러자고 하면 누가 찬성할까요."(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김 연구위원은 "우리사회에서는 교사, 교수가 쓴 추천서 한 장도 믿지 못하지 않냐"며 "정의가 아닌 정에 의해 움직이면서 경쟁은 지나치게 치열하다 보니 누가 봐도 객관적이지 않으면 서로를 믿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의 인성 교육을 위해 서술형 평가, 잠재력 평가 등을 확대하려는 욕구와 공정하게 입시를 관리해야 하는 책무 사이에서 한국 교육은 미궁에 빠져 있다. 선진국들은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줄 세우기 대신 학생 성장과정 기록

미국은 절대평가를 한다. 예를 들면 자국어인 영어는 문학작품을 읽고 본 논술점수와 수업참여도 연구과제 노트정리 등의 평가를 합산해 A부터 D까지 성적을 매긴다. 석차나 상대적인 등급은 쓰지 않고 학생의 발달사항 등을 세세히 기록한다.

각 대학은 학생 선발과정에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외에도 학생부 서술형 기록 등을 필수적으로 활용한다. 남미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은 "스탠퍼드대에서 매년 SAT 만점자의 50%가 불합격하는데, 이때 고교 교사가 기록한 학습태도 등이 반영된다"며 "교사의 평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학교들 역시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4단계로 평가하고, 학습태도, 지적 성장 상황을 기록한다. 다만 한국 고2에 해당하는 중등학교 11학년이 되면 우리의 내신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평가를 하는데, 과제물을 토대로 교사가 자율적으로 점수를 매기고 이에 대한 타당성 검사를 외부 평가기구가 한다. 특정 교사의 점수가 공정하지 못한 경우 재채점 명령이 내려오고 학교가 불이익을 받게 돼 평가의 신뢰도가 높다.

프랑스는 초등학교의 경우 각 학교 교사위원회 등에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성적표에는 4점 혹은 5점 척도의 절대평가 결과와 학생의 능력에 대한 정보가 상세한 문장으로 기록된다. 중학교부터는 추가로 석차 없이 해당 학생의 시험점수와 학급평균 최고점 최하점을 기록해, 등수를 매기지 않고도 학생수준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를 준다. 대입 때는 수능에 해당하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따로 보며 이 시험의 내용은 고교 수업과 직결된다.

학생의 성장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면서도 객관성을 확보할 묘안을 쓰다 보니 조작 편법 등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

대학이 안 바뀌면 백약이 무효

우리나라에서도 평가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6단계 절대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부터 현행 9등급 상대평가 방식을 A부터 F까지 성적을 매기는 6단계의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구 최종안이 나오면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시도도 못한다"는 자조가 나온다. 남미자 연구원은 "가르친 교사가 학생의 장단점을 꼼꼼히 기록해주는 절대평가 방식이 이상적이지만 획일화된 교육과정과 엉성한 입학사정관제도 아래에선 고교등급제 부활 등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월 고교 교사 154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대평가 전환에 찬성 51%, 반대 48%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고, 반대 이유로는 '내신 부풀리기가 우려된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다. '대입에서 특목고가 유리해진다'는 의견도 18%로 2위를 차지했다.

김창환 연구위원은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교사집단 스스로도 온정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선은 대입이 변해야 하는 것이 평가 정상화의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서울대 등 일부 학교에서 입학사정관제 정착에 공을 들이고, 지역균형선발전형 도입 등의 노력을 시작했을 뿐, 대부분 대학은 어떤 연구나 재원투자도 없이 무늬만 입학사정관제를 하고 있다"며 "선발효과에만 집착하는 대학들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평가 개선을 위한 노력은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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