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열반 없는 핀란드국제평가서 우수한 성적줄 세우기 평가론 한계
"16세까지 석차도 매기지 않고 우열반 수업도 하지 않는 핀란드 학생들이 초등학교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 학생과 비교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은 두 나라 사이에 '교육 평가'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의 저자이자 핀란드식 자율 학습방법 전도사로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은 '하고 싶을 때 공부하는 핀란드 아이들'과 '공부가 고역인 한국 아이들'의 차이점을 낳는 가장 큰 이유가 '시험'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교육평가는 '학생의 장단점을 파악해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피드백'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우열 판정'과 '정원 선발'이라는 비교육적인 목적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핀란드는 16세까지 학생간의 학력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에게는 자율성을 더 부여하고 교사는 뒤쳐지는 학생에게 집중한다. 핀란드 아이들은 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스스로 찾게 된다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물론, 핀란드 학교에서도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정해진 날짜에 일제고사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또 점수뿐 아니라 수업태도나 열의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종합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개별 학생의 부족한 점과 잘하는 부분을 찾아 이후 교육에 반영하기 위한 것일 뿐 석차는 내지 않는다.
9학년을 마치는 16세가 돼서야 담임교사가 주요과목에 대해 4~10점의 평점을 매기고 그 평균점수로 진학할 상급학교가 정해진다. 만일 성적이 좋지 않으면 본인 희망에 따라 1년 더 무료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교사의 재량권이 절대적인 이 평가방식에 대해 별 불만이 제기되지 않는다.
물론, 핀란드에서는 학교에서의 평가결과가 학생 장래에 미치는 파급력이 우리나라만큼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의 평가가 학생을 장기간 다면적으로 평가한 점수라는 점을 상급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도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소장의 분석이다.
박 소장은 결국 교육의 성패는 일선 교사의 역량과 노력에 좌우된다고 지적한다. 핀란드 사회에서는 교사의 지위와 신뢰가 매우 높다. 동시에 교사들은 평가를 교육과정의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채점의 용이성보다는 개별 학생에게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기에 적합한 평가방식을 개발하는 일을 교사의 주요 의무로 여긴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또 이런 교사의 노력과 사회의 신뢰가 결합돼 대학입학 같이 일정 인원을 선발하는 시험에서도 '절대평가'로 측정된 내신점수를 사용해도 우리나라의 '내신 부풀리기' 같은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교육이 핀란드 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박 소장은 "과도기적 혼란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평가의 제일원칙을 '우열판정'을 위한 공정성 확보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미리 설정된 목표를 얼마나 성취했는지 측정하는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과도기적으로 절대평가 결과를 미리 정한 표준분포 비율 내에 맞추는 다소 느슨한 상대평가를 통해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특히 "입학사정관제는 선진화한 평가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공교육 정상화라는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시행초기의 문제점 때문에 후퇴하는 것은 더러운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도 함께 버리는 잘못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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