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2차 공정사회추진회의에서 기업의 편법 상속ㆍ증여 차단과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처벌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조세정의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2월의 1차 회의 때 선정한 8대 중점과제 중 세정 개혁을 최우선 순위로 다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세청을 방문해 회의를 주재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여론조사 결과 납세 분야의 불공정성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나타난 것처럼 조세 정의에 대해 심각한 국민적 의구심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는 비상장 법인을 통한 변칙적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과세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가치를 높이는 사실상의 편법 상속ㆍ증여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 입법 내용과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조세법률주의 등과 상치되는 부분이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법원은 "현대차그룹 정몽구 부자가 지분 전체를 가진 글로비스를 계열사들이 부당 지원해 얻은 이익을 돌려달라"며 경제개혁연대 등이 청구한 소송에서 정 회장 등은 현대차에 826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충분히 법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사업기회 유용ㆍ편취'등에 대한 처벌 사례도 있다. 또 공익법인을 통한 편법 상속ㆍ증여의 감시 및 적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이런 의지가 뒷받침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역대 기관장 중 가장 감옥에 많이 간 데가 농협중앙회와 국세청"이라는 직설적 표현을 써가며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각별히 주문했다. 조세정의의 핵심 가치인 공평과세와 성실납세 풍토를 정착시키려면 국세청이 더욱 투명해지고 고객인 납세자의 편의를 받들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국회도 법사위에 계류 중인 고소득 자영업자 대상의 성실신고확인제도(세무검증제) 처리를 서둘러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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