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해마다 똑같다. 이듬해 최저임금을 놓고 근로자위원들은 20%가 넘는 대폭 인상, 사용자위원들은 동결이나 겨우 몇 십 원 인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다. 공익위원들이 중재에 나서지만 소용없다. 노동계로서는 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날, 근로위원들은 기권한 가운데 중재안이 의결된다.
대폭 인상과 동결의 이유도 매년 비슷하다. 노동계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영계는 비용 증가에 따른 경영 악화와 고용 감소를 내세우며 동결을 고집하다가 인심 쓰듯 물가인상률만 반영하는 것으로 물러선다.
고용노동부의 요청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8일부터 90일 동안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노동계는 일찌감치 올해(4,320원)보다 25.2%나 많은,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50%인 시급 5,410원(월 113만69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버릇처럼 동결 또는 3%이하 인상을 생각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금의 최저임금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인 143만9,413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올해에는 물가도 4% 가까이나 오를 전망이다. 경영계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높은 편이라고 하지만,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6위에 불과하다. 더구나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15.9%(250만명)나 된다.
근로자의 최저 생활 보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최저 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극단적인 요구와 주먹구구식 인상에서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전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파급효과, 근로자 복지제도 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연례행사처럼 노사가 장기간 갈등과 충돌을 빚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대기업 노조 역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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