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후폭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은 “LIG그룹이 채권단과의 협의 한 번 없이 ‘꼬리 자르기’를 했다”며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에 대한 대출고삐를 죄겠다고 나섰고, 건설사들은 제2의 LIG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LIG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발행한 기업어음(CP)을 놓고 소송까지 제기되는 등 금융권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들이 화났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정기 기업신용평가에서 건설사에 대한 평가기준을 더욱 높일 계획. 그 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경우 ‘모기업 지원’을 기대해 일반 건설사보다 혜택을 주었으나, 이제부터는 봐주지 않고 까다롭게 보겠다는 것.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LIG처럼 모기업이 ‘꼬리 자르기’식으로 나선다면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 대해선 신용평가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존 대출까지 거둬들이기는 어렵겠지만 해당 대기업에 대한 신규 시설투자자금이나 계열사 신규대출 심사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LIG건설이 맡은 아파트사업장 시공권 회수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를 검토 중인데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사업장이어서 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내년에 완공 예정인 두 사업장의 시공사 교체를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파트를 짓다 시공사가 부도 나면 계약자 보호를 위해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사업장이므로 교체와 유지 중 어떤 쪽이 나은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의 경우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바로 한달 전까지만 해도 만기연장을 해 달라며 ‘우리를 믿으라’던 대주주가 안면을 바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어차피 전부터 건설사에 대해 신규대출은 거의 없었고 만기연장뿐이었지만 앞으로는 만기연장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사들 좌불안석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이미 돈줄이 마른 건설업계는 정기 신용평가를 앞두고 LIG건설 사태가 벌어지자 공포에 빠졌다. 일각에선 “C, D등급이 무더기로 쏟아질 것”이란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그 동안 신용평가나 여신평가 때 대기업 프리미엄을 받았는데 앞으로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든든한 지원군(재벌 모그룹)이 있다 해도 기업의 존폐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 신용등급 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중견 건설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하다. 한 중견건설사 재정담당 임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 전체를 흐려 놓은 꼴”이라며 “뒤통수를 맞은 금융사들이 건설사에 대한 채권 회수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멀쩡한 중견 건설사들도 채무 상환 압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IG건설 CP 발행 후폭풍도 일파만파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에 발행한 CP의 파장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LIG건설이 발행한 CP 중 일반에 판매된 것은 1,976억원어치로 이중 80%를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했다. 특히 42억원어치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약 열흘 전(10일)에 판매한 것. 법정관리를 앞두고 어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판 것은 명백한 도덕적 해이로, 이 어음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투자자들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상태. 일부 투자자들은 “우리투자증권이 CP를 판매할 때 모기업의 자금중단 지원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30일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도 LIG건설의 모기업격인 LIG손해보험과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검사에 나선다. LIG건설 CP를 개인 고객들에게 팔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 등 판매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LIG그룹과 LIG건설과의 거래 관계를 밝혀 정말로 ‘꼬리 자르기’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31일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과 관련해 LIG건설 경영진과 책임 있는 대주주에게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파문이 커지자 LIG건설은 이날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며 조속히 기업회생계획을 마련해 경영을 안정화하고 이해 관계자의 피해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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