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은 나라마다 봄의 한 날을 정해 나무를 심자고 장려하는 날이다. 나무를 사랑하는 미국 네브래스카의 한 젊은이에 의해 1872년 시작돼 지구촌 사람들에게 애림 의식을 고취하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한국의 식목일은 광복 이후 한식 날과 더불어 지키는 4월 5일이었는데, 2006년부터 기념일로 변경돼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나무는 심기만 하면 인간의 도움 없이도 계속 자란다. 새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는 큰 나무도 누군가 어느 옛적에 심은 나무다. 나무를 심는 목적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보릿고개를 체험한 이승만 대통령은 경제성이 적은 소나무 대신 밤나무를 권장했다. 인도 농촌에서는 땔감을 위해 나무를 심고, 중국에서는 황하 홍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뿌리가 유난히 억센 수수와 버드나무를 제방에 심는다. 인도네시아 원목회사는 나무 한 그루를 벌목하면 묘목 두 그루를 심도록 법의 규제를 받는다.
한국 정부는‘4대강 살리기’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문제 등을 둘러싸고 반대가 끊이지 않지만, 이 사업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식목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강변을 따라 만들 1,728km의 자전거 길, 929km의 생태하천, 813㎢의 생태습지 등 어느 한 부분도 나무 없이는 녹색공간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흙은 벌거벗으면 존재가치를 상실한다. 땅은 식물이 서식함으로써 아름다워지며, 빗물을 저장하는 힘도 생긴다. 덕분에 홍수가 범람해도 침식이 억제되고 표토의 손실을 막아 인간이 비옥한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둘째, 나무가 숲을 이루면 온도 햇빛 습도 비 바람 등이 적절히 조절된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식물이 없다면 오늘날 지구표면의 평균온도는 섭씨 15도가 아니라 영하 50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후는 생물의 번식과 성장을 좌우하는 반면, 생물체들은 스스로 그 기후에 적응해가며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한다.
셋째, 오늘날 도시인들이 갈망하는 녹색생활 환경은 수목만이 만들 수 있다. 나무는 소음을 포함한 부유분진 등 오염된 공기를 억제하고 습도를 높여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나무는 우리가 숨 쉴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초목이 광합성 작용으로 한 사람이 해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 4톤을 흡수하려면 무성한 산림 1만㎡가 필요하다.
미국의 생태학자 밀러 교수는 50년 된 나무의 목재 값이 590달러라면, 한 그루의 나무가 50년간 인간사회에 주는 혜택은 목재 값의 33배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은 증가하는 목재 수요에 대비해 호주 칠레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지의 30만ha에 나무를 심고 있다. 나라마다 조림사업을 벌이지만, 산림면적은 매년 0.9%씩 줄어드는 현실이다.
식목일은 도시민이나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에겐 쓸쓸한 날이기도 하다. 나무를 심을 땅도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식목일이면 지구를 떠나기 전에 한 그루 나무라도 심어놓고 싶어 마음이 설렌다. “그 뿌리가 땅에서 늙는 동안 가지는 흙에서 죽을 지라도 물만 있으면 움이 터서 스스로 다시 새롭게 자란다”는 성경 말씀처럼,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오늘 심은 한 그루의 나무는 호랑이 가죽이나 사람의 이름보다 더 오래 세상에 남아 성장할 것이다.
방용호 재미 작가 <신음하는 지구촌> 저자 신음하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