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이 31일 일본 교과서와 관련한 긴급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한층 강화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현황과 배경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전날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지리와 공민(일반사회) 교과서의 왜곡 사례들을 짚으며 이 문제가 동아시아 공생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남상구 재단 연구원은 "지리뿐 아니라 역사 교과서에 처음으로 독도와 관련된 기술이 등장해 독도를 미해결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며 "향후 남쿠릴열도 수준으로 독도 관련 기술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일본 '중학교 학습지도 요령해설서'(2008)는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남쿠릴열도에 대해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지만 현재 러시아연방에 의해 점거되고 있기 때문에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을 적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일본 영토교육 문제의 핵심은 남쿠릴열도 문제였고 독도 문제는 일부 교과서만 산발적으로 다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독도 관련 내용이 대폭 증가했다. 남 연구원은 그 까닭을 ▦애국심의 강조와 교육의 연동 ▦우익 단체의 압력 ▦시마네(島根)현의 적극적 활동 등으로 꼽았다. 이재석 연구원은 "평화헌법에 기초한 기존 교육기본법이 진리와 정의, 개인의 가치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해 60년 만에 개정된 신교육기본법에 입각한 신학습지도요령(2008)은 애국심과 공공의 정신을 강조하는 등 국가 권력의 그림자가 농밀하다"고 분석했다.
서태열 고려대 교수는 역대 한국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 변화를 통해 한일 관계의 굴절을 짚었다. 서 교수에 따르면 해방 직후 한국 교과서는 독도는 물론, 쓰시마(對馬島)의 귀속 문제까지 다루는 등 강한 영토 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군사정권기를 거치며 독도에 대한 한국 교과서의 단호함은 후퇴했다. 3차 교육과정기(73~81)의 교과서는 독도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으며 5차 교육과정기(87~92)에도 독도 관련 내용이 매우 미약하다. 서 교수는 "군사정부는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독도를 다루는 것을 억제했다"며 이를 "일본의 경제 지원으로 완료된 한일 국교정상화(65)의 후유증"이라고 분석했다.
정재정 재단 이사장은 "이번 검정 결과는 일본 사회의 일부 관료와 정치인, 지식인들이 아직 침략사관에 갇혀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이번 결정은 일본이 주변 국가나 상대 국가와의 역사와 관련한 기술에서 상대국을 배려하겠다고 한 85년의 근린제국조항을 스스로 위반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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