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등)로 ‘전국 의대 4학년 협의회’(전사협) 전 회장 강모(25)씨 등 전 집행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출제위원과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학교 학생들에게 채점기준 등을 알려준 김모(49)씨 등 교수 5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 등은 지난해 9월 시험문제 공유를 위해 전사협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먼저 시험을 치른 응시생이 문제 내용을 후기 형식으로 올리도록 하는 수법으로 2011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고사 112개 문항 가운데 103문항을 유출한 혐의다. 전사협은 전국 41개 의과대 학교별 대표들로 구성된 단체로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10여 년 전에 만들어져 운영돼 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조사결과 지난해 실기시험 응시자 3,300여 명 가운데 2,700여 명이 전사협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 등 전 집행부는 응시자가 홈페이지에 가입할 때 학교 대표가 본인 여부를 확인해 승인을 해주도록 하고 각 학교를 돌며 수 차례 회의를 하는 등 부정행위를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해 응시생이 3,000여 명인데도 시험장이 단 한 곳에 불과해 시험이 두 달여에 걸쳐 50~60명씩 순차적으로 치러지는 등 의사면허 실기시험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합격 취소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위해 시험을 주관하는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과 보건복지부에 관련 자료를 통보할 예정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경찰에서 관련 자료를 받아본 뒤 내부 논의를 거쳐 합격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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