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아이 출산하려면
올해 마흔이 된 김모(서울 홍은동)씨는 16주차 임신부다. 김씨는 매일 아침 남편과 큰 아이(13)의 밥을 챙겨주자마자 부리나케 집 근처 수영장으로 향한다. 점심은 보통 생식으로 해결하고 외식을 하는 경우도 잡곡밥과 나물, 채소 위주의 식단을 고집한다. 햄버거 등 인스턴트, 당이 높은 탄산음료는 입에 대지 않는다. 당 수치가 높아 늘 임신성 당뇨를 염려하며 식습관을 조절한다. 기형아 출산 예방에 좋다는 엽산ㆍ철분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김씨는 27살에 첫 아이를 낳았지만 30대 들어 유산을 4번이나 반복했다. 3년 전 난소 혈관이 터져 수술까지 받았던 터라 몸가짐에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다.
김씨는 "20대에 별 문제 없이 아이를 가져 전혀 걱정을 안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힘들어졌다"며 "이번만큼은 아이를 또 잃고 싶지 않아 회사도 휴직하고 몸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1.28세로 산모의 평균 초산연령도 처음으로 30세를 넘었다. 취업 및 만혼으로 고령출산이 불가피해지면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예비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임산부 운동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요가와 수영의 경우 임산부 대상 프로그램이 이미 보편화됐다.
신촌의 한 요가원에서 만난 유현(40)씨는 "직장여성들에게 임신은 커리어 단절이라는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1년 동안 내 몸에 투자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등교사인 유씨는 둘째 아이 임신을 위해 1년간 휴직계를 냈다.
유씨처럼 노산인 경우 건강한 아이 출산에 대한 걱정으로 임신 전부터 준비하는 고령 산모도 점차 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임신 전 상담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 김문영 산부인과 교수는 "노산일수록 임신성 당뇨, 고혈압, 조산 등의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산모 건강뿐 아니라 아이 건강까지 위협받기 때문에 무턱대고 임신하기보다 계획적으로 아이를 가지려는 40대 여성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한 달에 100여명 정도"라고 말했다.
임신 준비는 물론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남자도 못지 않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적어도 임신을 계획했다면 남자와 여자 모두 3개월 전부터 과음을 삼가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정기검진만 잘 받아도 대부분의 고위험 임신 질환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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