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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운동과 약물로 얼마든지 '자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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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운동과 약물로 얼마든지 '자립' 가능

입력
2011.03.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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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7만6,226명(2009년 말 기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환자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3.9%씩 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의 1%가 이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다.

전범석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파킨슨병은 치매나 루게릭병과 달리 적절히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혼자서도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완치법이 없다고 절망해 민간요법에 의지하면서 시간을 끌다 증상 조절이 가능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파킨슨병 극복에 도움이 되는 생활수칙 등을 알아본다.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워

파킨슨병은 뇌 깊숙한 곳에 있는 중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뇌신경 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져 생긴다. 환자는 물론 주위 가족들이 눈치를 챌 정도로 이상을 느낄 때에는 신경세포가 이미 70% 이상 손상된 상태다. 신경세포가 왜 죽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몸이 떨리고 굳어지며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서 수시로 넘어지기도 한다. 쉽게 화를 내거나 얼굴 표정이 사라지고 목소리가 작아지기도 한다. 소화장애와 변비, 우울증,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통증,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은 전적으로 병력과 전문의의 진찰 소견에 의해 이뤄진다. 혈액검사나 방사선검사로는 파킨슨병을 확진할 수 없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같은 검사는 파킨슨병 자체를 진단하기보다는 파킨슨병과 혼동되는 다른 질환이 없는지, 2차성 파킨슨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쓰인다.

MRI로 찍어보면 경미한 뇌 위축이 감지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아무 증상이 없는 고령인에게도 나타나므로 별 의미가 없다. 최근 개발된 베타-CIT와 특수 물질을 이용한 PET검사는 진단에 도움은 되지만 검사비가 비싼 게 흠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파킨슨병은 불치병이었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 레보도파 약물 개발 등으로 치료법이 크게 발전했다. 김종민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절망하지만 퇴행성질환 중에서 치료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도파민 물질 감소가 병의 원인이므로 치료는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치료약은 증상을 완화할 뿐 근본적인 치료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시작한 약물 치료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약의 용량을 바꾸거나 다른 약으로 교체해야 한다. 약이 노년층 환자에게 정신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엔 수술도 많이 시행된다. 가장 흔한 수술로는 신경파괴술이다. 국소 마취를 하고 머리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낸 뒤 이 구멍을 통해 병이 든 위치를 확인한 다음 그 곳에 강한 전류 등을 가해 파괴하는 것이다.

또한, 뇌의 두개 내에는 전극선을, 쇄골 밑에는 전기발생장치를 설치해 전기를 흐르게 함으로써 비정상적인 뇌 신호를 조절해 치료효과를 내는 뇌심부자극술을 하기도 한다.

이경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은 환자 13명을 5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5명은 스스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았고, 8명은 스스로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말해 장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운동이 약물 치료보다 중요해

파킨슨병을 극복하려면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병으로 굳은 근육을 풀어주고 체력을 키우며 삶의 의욕을 높이기 때문이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심지어 약을 한두 가지 더 복용하는 것보다 운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흔히 건강증진을 위해 실천하는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이 좋다. 틈 날 때마다 수시로 하는 스트레칭은 유연성을 기르고 뻣뻣한 근육을 풀어줘 도움이 된다. 다만,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따뜻한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각 동작마다 심호흡을 하면서 15초 이상 유지하는 게 효과적이다.

골프와 같이 평소 해오던 운동을 중단할 필요도 없다. 움직임이 점점 둔화돼 버겁다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운동을 하면 된다.

병이 어느 정도 악화한 환자는 손동작이 느려지거나 손이 떨려 식사를 하기 어려울 수 있고 잘 삼키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고, 식사 도중 손 떨림을 막기 위해 가급적 현재 먹고 있는 약물 효과가 식사시간에 최고조에 달하도록 복용시간을 조절하면 된다.

변비나 배뇨장애가 나타난다고 변비약을 임의로 먹는 것은 금물이다. 약물에 따라 파킨슨병 증상이 더 악화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매일 배변을 하지 못하고 3~4일에 한 번 배변을 하더라도 규칙적이고 잔뇨감이 없으며 치질 등의 문제가 일어ち?않는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날마다 채소와 곡물, 섬유질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일할 때는 바퀴가 달린 의자를 피해야 한다. 낙상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잠자리는 푹신한 매트리스보다 단단한 침대가 좋다. 되도록 침대 폭이 좁고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게 일어나기 쉽다. 침대의 머리맡이나 발치에 끈을 매달아 두거나 옆에 단단한 의자를 놔두면 손으로 잡고 일어날 수 있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새벽에 깨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어 충분히 자도록 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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