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을 재보선 출마 선언]패배땐 당 대표직은 물론 정치 운명 갈려"재보선 판 키워 現정권 심판 전략" 분석도
30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ㆍ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회 대표실은 몰려든 취재진과 당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치 대선 출마선언이라도 하는 듯했다. 그 동안 출마를 강력히 요구했던 문학진 의원은 "잘했어"라고 환호했고, 출마를 만류하던 측근 의원들도 박수로 그의 결단을 격려했다. 정작 손 대표는 모든 것을 건 승부사처럼 외로워 보였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가 정치인생 전부를 걸었다"고 했다. 실제 분당에서 이길 경우 당내 입지는 물론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위상도 확고히 다질 수 있다. 하지만 패할 경우 당 대표직은 고사하고 정치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손 대표로서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한 뒤 정치 인생 최대의 모험을 하는 셈이다. 일종의 베팅(도박)인 셈이다.
결단이 쉽지는 않았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패배할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에서 본인인들 나가고 싶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날까지도 측근들은 당 대표의 역할론을 들어 출마를 만류했다. 강원도지사 선거와 김해을 선거에 올인하는 것이야말로 당 대표의 역할이라는 조언이었다.
하지만 재보선 전체 판이 녹록지 않았다. 손 대표의 측근 의원은 "강원과 김해 둘 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당 대표로 선거 지원에만 주력했다가 둘 다 잃는다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손 대표가 분당에 직접 출마해서 재보선 성격을 이명박 정부 심판의 장으로 끌어올리고 선거판 자체를 키우는 게 낫다는 결론이 가능했을 법하다. 그래서 손 대표의 결단은 '분당에서 MB정부 심판 바람을 일으켜 강원과 김해로 확산시키겠다'는 선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개인보다 당을 우선)를 강조했던 손 대표로서는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손 대표가 처한 '외통수'의 상황도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원외 대표로 활동에 제한을 받는데다 대선주자 지지율마저 10% 대에서 5% 내외로 떨어지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당내의 계속된 '대표 차출론'을 수용하는 대승적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통 큰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켰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손 대표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지만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 텃밭을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경기 광명∙서울 종로 등 여러 지역구를 옮겨 다닌 정치 이력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당장 한나라당 예비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가 "(손 대표가) 철새 행각에 대해 심판 받을 좋은 기회"라고 공세를 폈다.
한편 손 대표는 30일 선관위에 분당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종로를 방문해 유권자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재래시장을 찾았다가 한 상인이 "더 좋은 데로 가느냐"고 하자 "불구덩이로 가는 것이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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