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순(63ㆍ여)씨는 허리가 아파 고생하던 차에 친구 소개로 '허리 주사'를 맞았다. 치료 덕을 톡톡히 본 친구 말을 듣고 내심 기대했는데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몇 번의 주사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없었고 통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허리 주사로 알려진 요통 주사요법은 수술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하지만 방법이 다양한 데다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택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허리 주사는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나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의 신경 부위에 생기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 라도카인(부분 마취제)과 스테로이드 용액을 혼합해 주입하는 것이다. 때론 효과를 높이려고 히알로제(신경 유착방지제)를 섞기도 한다. 허리 주사 치료법의 차이점과 효과를 알아본다.
경막외 주사치료-척추 디스크ㆍ척추관협착증에 적용
경막외 주사치료는 척추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에 적용한다. 시술법이 아주 간단해 가장 많이 쓰인다. 다만, 약물이 손상된 신경에 직접 도달하는 방법이 아니어서 효과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디스크는 몸의 앞쪽으로 튀어 나오는데 이 방법은 신경이 누른 뒤쪽으로 약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요추(허리뼈)의 경막외강이나 꼬리뼈 사이에 있는 신경통로를 통해 약물을 주입한다. 척추디스크로 신경이 압박되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심하지 않을 때 효과가 있다. 급성 통증이나 젊은 이의 추간판탈출증은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면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며칠 가지 못하기도 한다.
약물은 신경 염증을 줄이기 위해 리도카인(부분 마취제)과 스테로이드 용액을 혼합해 쓴다. 신경의 부기를 빼주고 염증을 줄여준다. 히알로제(신경 유착방지제)를 혼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선택적 신경차단술 이용한 경막외 주사법-직접 약물 주입해 효과적
선택적 신경차단술을 이용한 경막외 주사법은 손상된 신경 부위에 직접 약을 주입한다. 척추신경은 척추관을 타고 내려가다 척추 마디 사이의 신경공을 통해 중심신경에서 양쪽으로 1개씩 가지가 나온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추간공 협착증이나 추간공 디스크(옆구리 협착증, 옆구리 디스크)에도 해당 부위에 직접 약물이 주입되므로 효과적이다. 직접 손상된 신경을 발견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진단한 뒤 C-arm이라는 영상촬영기로 신경부위를 찾아야 하는 등 방법은 약간 까다롭지만 추간판 탈출 부위에 직접 약이 도달하므로 치료 효과가 높다. 치료는 5분 정도면 끝난다.
경막외 내시경 및 신경성형술-수술 후 생긴 허리 통증에 유용
경막외 내시경 및 신경성형술은 척추수술 후 생긴 신경유착으로 허리에 통증이 계속될 때 유용하다. 꼬리뼈 근처의 신경 통로를 통해 가느다란 관이나 내시경을 넣어 유착된 부위나 압박된 신경 부위를 직접 풀어준 뒤 약물을 넣는다. 손상된 신경을 직접 치료하므로 효과가 좋다. 효과가 좋아 수술하기 전에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술법이 까다로워 시술하다가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시술에 20~30분 정도 걸린다.
척추 후관절 주사법-굽은 허리 펴줘
척추 후관절 주사법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돼 생기는 요통 치료에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양측 엉덩이뼈 부위 통증이 심하지만 다리까지는 내려가지 않은 허리 통증에 효과적이다. 또한, 허리 통증으로 인해 걸으면 걸을수록 본인도 모르게 허리가 굽어지는 퇴행성 척추에 효과적이다. 척추 주사치료 후 굽었던 허리가 바로 펴지며, 허리 통증이 없어지는 등 효과가 탁월하다.
이 치료법은 진단과 치료의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한다. 진단 목적으로는 여러 마디의 척추 부위 가운데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척추수술을 하기 전에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초기의 퇴행성 척추질환에서는 효과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므로 이 치료 후 운동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척추 질환의 예방과 치료법으로 쓰인다.
허리 주사는 3회까지만 시도해야
허리 주사는 대개 3회 정도까지만 시도해야 한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낫다. 보통 허리 주사는 치료 후 늦어도 하루 뒤에 효과를 실감할 수 있고, 3~6개월 정도 지속되므로 통증을 적절히 관리하면 자연 치유할 수 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은 "다만, 병증이 깊고 협착이 심한 중증 척추관협착증이나 이런 허리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재발하는 등 척추뼈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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