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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DNA로" KB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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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DNA로" KB는 변신 중

입력
2011.03.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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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 취임 후 군살 빼고 계열 정비 고강도 체질 개선대기업 유치로 푼돈은행 이미지 탈피성과 나타나기 시작

금융권에선 요즘 KB의 '연속안타'가 단연 얘깃거리다. 작년 이후 KB지주 계열사에서 내놓은 전략상품들이 잇따라 히트를 친 것. 국민은행의 'KB 와이즈 플랜 적금 펀드'는 불과 출시 4일만에 10만좌를 돌파했고, KB카드가 독자 출범과 함께 야심 차게 내놓은 'KB국민 와이즈 카드'는 18일만에 10만좌를 넘어섰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KB는 보통 규모와 네트워크로 승부를 해왔는데 이처럼 상품이 히트를 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라며 "체질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KB는 지금 DNA개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1년여의 경영공백 사태 끝에 작년 7월 어윤대(사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주 소속 전 계열사를 상대로 시작된 체질개혁 작업은 이제 서서히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DNA개조의 핵심은 군살은 빼고 효율은 높임으로써 비만체질을 건강체질로 바꾼다는 것. 어 회장도 작년 취임 후 KB금융를 살펴본 뒤 '비만증 환자'라고 진단했을 정도다.

현재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슬림화다.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중복 부서를 통폐합함으로써 기존 13개 사업그룹을 10개로 대폭 축소했고, 은행 인력은 무려 20%나 줄였다. 지난해엔 환란 이후 최대규모인 3,200명에 달하는 인력을 희망퇴직을 통해 정리하면서, 1,300여명을 분사한 KB카드로 보냈다.

사람을 줄이면서, 조직 전체에 강한 자극도 가했다. 은행 본점 직원 10%가 영업현장에 전진 배치됐고, 직원간 경쟁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히 신설된 성과향상본부는 영업 실적이 좋지 않은 직원을 따로 모아 교육을 시키는 가혹한 '2군' 프로그램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수술대위에 올랐다. KB고위관계자는 "다른 지주회사나 은행에 비해 KB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지주 내에서 은행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 그리고 은행 내에서 소매금융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자산의 90%이상이 은행에 집중된 '은행쏠림구조'를 깨기 위해 대대적인 계열사 정비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KB카드를 분사시킨데 이어, KB선물은 KB자산운용에 합병시켰고, 보험 증권 쪽에서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과 투자업무를 확대시켜 중장기적으론 은행과 증권, 보험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체제로 바꿔나간다는 구상이다.

은행의 소매금융 편중을 줄이는 작업은 어 회장과 임영록 지주 사장, 민병덕 은행장 등 그룹 수뇌부가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푼 돈 은행'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어 회장은 30대 그룹 오너들을 직접 만나 대기업 고객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학생 전용 점포인 '락스타 존'을 신설, 대학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 동안 KB는 무겁고 느린 구식 조직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크면서도 스피드한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그 성과가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시장은 KB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워낙 변화가 없었던 곳인 만큼, 다이어트와 체질개선작업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화제다. 한 시중은행 전략담당 임원은 "KB가 적어도 외환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거대한 규모에 민첩함까지 갖춘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체질개선만으론 2% 부족하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KB금융이 6조원이 넘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M&A나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시장을 선도하려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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