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살리자] 늘어나는 老産35세 이상 임신부들 합병증 걸릴 위험 커임신성 당뇨ㆍ조산 많고 자연유산 되기도
지난달 말 병원을 찾은 김모(34)씨와 최모(37ㆍ여)씨 부부는 담당 의사 앞에서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5개월째인 태아가 염색체 이상으로 기형인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서로 네 탓을 했던 것. 김씨는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술 담배를 자주 하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임신을 한 아내가 몸 관리를 잘 못 한 것 아니냐"고 따져 들었다. 그러나 부부싸움을 말리던 담당 의사는 "임신 후 건강 관리 문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임신부의 나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납득을 못하는 부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산(老産)은 단순히 산모의 나이가 많아서 태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서울 상계동에 살고 있는 정모(39)씨는 "첫 아이를 낳고 9년 만에 둘째를 임신했는데 확실히 몸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며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급기야는 당뇨까지 걸렸다"고 했다. 임신성 당뇨는 고령 산모를 괴롭히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더욱이 정씨는 당뇨와 함께 지난 주 고혈압 판정도 받았다. 상계동의 M 산부인과 관계자는 "고령에 따른 신체 대사적인 문제로 쉽게 살이 찌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고혈압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진단했다. 임신성 고혈압은 합병증으로 미숙아, 발육부진태아, 태아나 신생아 사망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고지경 교수(산부인과)는 "고령 산모는 임신성 당뇨 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이는 조산과 기형아 출산 등 태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노산에 따른 위험도는 높아지지만 만혼 등 사회적 환경 탓에 고령 산모는 급증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35세에서 39세 연령층의 출생아 수는 6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증가했다. 반면 20대 후반(25~29세)과 30대 초반(30~34세)은 각 1만3,000명, 6,000명이나 줄어들었다. 2009년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이 진료한 산모 6,072명을 조사한 결과 35세 이상 고령산모가 1,741명이었다. 무려 3분의1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 산모의 건강 적신호는 곧 태아의 건강과 직결된다. 아픈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가 건강할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 이달 초 임신 34주 만에 조산을 한 김모(41)씨는 "조산에다가 태반이 잘못 붙는 바람에 아이가 나오는 입구가 막혀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며 "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내 나이가 출산을 하기에는 많았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에도 임신을 했지만 당뇨 진단과 함께 자연 유산을 하기도 했다.
태아 염색체 이상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다운증후군(21번 염색체 이상) 아이를 낳은 A(39)씨는 "10년 전에 첫 아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데 이번에 둘째 아이가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고령의 경우 난자가 임신 과정에서 염색체를 분리하는 데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관동대 의대 제일병원은 40세 임신부가 다운증후군 신생아를 분만할 위험이 30세보다 약 9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산모의 경우 더욱 철저한 임신 전 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반적인 산모들처럼 규칙적인 식습관과 금연 금주를 병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몸의 상태를 확실하게 파악한 후 '계획 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동대 의대 김문영 제일병원 교수(산부인과)는 "절대 유난을 떠는 게 아니다. 적어도 임신 전 1개월은 집중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건강한 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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