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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치, 기무치, 파오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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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김치, 기무치, 파오차이

입력
2011.03.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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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차이(泡菜)는 중국 전역에서 널리 먹는 스촨(四川) 지방 전통의 유산발효 야채절임이다. 우리의 김치랑 비슷해서 중국에선 우리 김치가 '한꾸어(韓國) 파오차이'로 유통될 정도다. 배추 무 파 마늘 고추 등이 주재료 또는 부재료로 쓰이는 점도 언뜻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국물 없이 좋은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소를 쓰는 김치와 달리, 파오차이는 서양의 피클처럼 따로 소금과 양념으로 맛을 낸 국물에 야채를 담가 발효시킨다. 고춧가루의 쓰임새와 절임용액의 유무 등이 김치냐 아니냐를 가르는 경계인 셈이다.

■ 파오차이가 김치에 도전장을 냈다. 중국 청두(成都)일보 등에 따르면 쓰촨성 청두시의 40여개 파오차이 생산업체가 29일 '청두시 파오차이협회'를 결성하고 우리 김치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쓰촨성은 그간 한중 김치과학기술포럼을 유치하는 등 우리 김치 연구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파오차이가 김치의 원조라거나 김장독 역시 파오차이 단지의 '짝퉁'이라는, 중국 특유의 '원조의식'도 없지 않았다. 무게 500㎏, 높이 1.6㎙짜리 '천하제일 파오차이 단지'까지 행사장에 전시한 건 김치 종주권까지 슬쩍 건드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김치 종주권 하면 일본의 기무치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스파게티건 골프건 웬만하면 다 자기네가 원조라고 주장한다면, 일본은 돈가스건 카레건 눈 깜짝할 사이에 남의 것을 자기네 것으로 둔갑시키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과거 식품첨가물로 유사한 맛을 낸 기무치를 세계 시장에 유통시킨 일본이 느닷없이 김치 종주권을 선언했던 것이다. 2000년 9월 워싱턴 코덱스(Codexㆍ국제식품규격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간신히 유사제품의 국제적 명칭을 'Kimchi'로 하는 종주권을 우리가 확보했으나 자칫 코를 베일 뻔한 일이었다.

■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우리 국민성은 한중일 3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맵고, 화끈하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봐도 기마민족의 활달함이 느껴지곤 한다. 반면 중국인은 폭이 넓고 의뭉스러우며, 일본인은 정교하고 선명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그런 인상과 달리, 도발하여 남의 것을 취하는 공격성은 김치 종주권을 둘러싼 신경전에서 보듯 일본과 중국이 오히려 두드러지는 것 같다. 우리에겐 두부의 원조는 중국이고, 단무지는 일본 거다. 그런데 왜 일본에겐 김치는 기무치고, 독도는 자기네 땅인가. 일본은 생각할수록 참 난감한 이웃인 것 같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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