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기다릴 때 차도에 내려서 있으면 위험합니다. 아셨죠."
3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앞. 어린이가 아닌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이색 교통안전교육이 열렸다. 서울 혜화경찰서가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맞춤형 노인 교통안전교육'. 이날 행사에 참여한 노인들은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제작한 교육영상을 본 뒤 횡단보도 건너기 요령, 밝은 색 옷 입기 등 교통경찰의 안전교육을 받았다.
교육에 참가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정사진 촬영도 이뤄졌다.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사진작가협회 등 회원 20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촬영에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이라 공원 왼편에 설치된 간이 천막에서 양복과 한복 등으로 갈아입었다. 의상 150여 벌은 혜화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해 마련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왔다는 이수갑(74)씨는 "무단 횡단이 노인 교통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영정사진 촬영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최인자(66)씨는 "어르신들 표정에 웃음이 적어 약간 어려움은 있었지만 미리 사진을 준비하니 안심이 된다고들 말씀하셔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서울 혜화경찰서장은 "교통 사고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노인 교통사고는 늘어나고 있다"며 "영정사진도 찍어드리면서 교통 안전 교육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교통사망사고는 2000년 1만236명에서 지난해 5,505명으로 10년 간 대폭 줄었으니 65세 이상 노인은 1,593명에서 1,753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혜화서는 앞으로 봄 가을 1년에 두 차례 노인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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