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모두 탈락했다. 영남 지역에 새 국제공항을 짓는 계획은 모두 백지화됐다. 이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영남 지역간 분열을 조장한 채 없던 일로 되어 버렸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영남 지역 주민들은 물론 영남권 의원들까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으로 정국은 혼돈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 위임을 받아 작년 7월부터 신공항 입지 선정 작업을 벌여 온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30일 "가덕도와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20명의 평가위원과 27명의 평가단원들이 ▦공항운영(30점) ▦경제성(40점) ▦사회ㆍ환경 (30점)등 3대 평가 별로 매긴 점수를 최종 합산한 결과 100점 만점에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을 받았다. 커트라인인 50점에 모두 미달한 셈이다.
입지평가위원회 박창호 위원장(서울대 교수)은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 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는 과다한 반면 경제성은 미흡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약속했던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수 없게 돼 영남 주민과 국민들께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공항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대신 영남권 항공 수요에 대처할 보완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대구와 김해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늘려 주민 불편을 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락 지역과 정치권은 이날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밀양 유치를 추진해온 한나라당 대구지역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상식 이하의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가덕도를 밀어온 한나라당 부산출신 의원들도 부산시와 당정회의를 가진 뒤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신의를 저버린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리로부터 평가 결과와 정부 대책을 보고 받은 뒤 "마음이 몹시 무겁다"며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국민들께 잘 이해시켜달라"고 말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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