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 과목 '개강파티'가 있었지요. 대학에서 가까운 오래된 중국집 좁은 2층에 자리를 정해 옹기종기 모였지요. 9명의 재학생 전원과 올해 졸업하고 제약회사 종근당에 취업을 한 박군은 일찍 내려와 강의에까지 참여해 녹슬지 않은 시 실력을 발휘했지요.
석사과정의 수습기자 김 기자, 박사과정의 윤 선생, 김해에서 달려온 휴학생 월백(月白)까지 참석했지요. 명절날 고향에 찾아온 자식들 같은 제자들과 청요리에 맑은 소주를 마시며 흐뭇했지요. 종근당에 입사한 박군은 시를 공부한 것이 면접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수습기자 김 기자도 시를 통한 글쓰기가 언론고시에 도전할 수 있는 '스펙'이 되었다며 은근히 제 선생을 칭찬해 주었지요.
5월 말이면 휴학을 하고 북태평양으로 떠나는 3등 항해사 젊은 시인도 꽁치를 많이 잡아 애국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월백도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담담히 소개해 박수를 받았지요. 그러나 단 한 사람이 오지 않았지요. 시창작과정의 맏형이었던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강사로 나선 졸업생 권 선생은 이런 문자를 보내와 모두에게 읽어주었지요.
'교수님 어떤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마산 땅을 밟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이 계셔서 언제나 든든합니다.' 나는 권 선생의 그런 각오를 믿지요. 그가 오래지 않아 시인으로 금의환향해서 고향 마산 땅을 밟을 것이라고도 믿지요.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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