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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 포기하고 서울대 온 이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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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앤더슨 암센터 종신교수 포기하고 서울대 온 이호영 교수

입력
2011.03.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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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교수직을 포기하기까지 갈등이 심했지만 한국의 훌륭한 학생을 지도하고 함께 연구하고 싶었어요.”

이달 초 서울대에 새로 부임한 이호영(50) 약학과 교수는 교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를 박차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의 종신교수 였다. MD 앤더슨 암센터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치료를 받으러 갈 정도로 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병원.

종신교수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1992년 이화여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95년 연구년을 맞은 남편(경남 지역의 한 대학교수), 아들(당시 9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박사 후 과정 지도교수의 제안으로 97년부터 텍사스대 전임강사를 맡았다.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연구를 했다.

이 교수는 “개인 연구를 하는 4년 동안은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연구실에 나가 일했다”며 “주말이나 방학에는 아들을 혼자 둘 수 없어 연구실에 데려가 숙제를 시켜놓고 그 사이에 연구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조교수 시절 미 국립보건원(NIH) 연구지원금을 6개월간 3번 연속 받아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폐암과 두경부(頭頸部)암을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연구에서 그가 맡은 분야는 기초연구와 임상시험을 연계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 분야. 화학 실험이나 동물 실험 등을 통해 약물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 그 결과를 임상시험에 소개하는 역할이다.

그는 99년 조교수가 된 지 꼭 10년 만인 2009년 종신교수가 됐다. 미국 유명 대학에서 한국인이 종신교수직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물다. 게다가 이 교수는 미국이 아닌 한국(이화여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암센터에 한국인 교수가 대여섯명 정도 있었지만 모두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처럼 정교수이면서 종신교수인 교수는 전체 암센터 교수 중 10~20%에 불과했다.

그러나 종신교수가 된 지 6개월 만인 2009년 6월 서울대로부터 교수직을 제안 받고 고민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완전히 자리잡은데다 참여 중인 연구도 많아 이를 포기하고 귀국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세부분야 연구만 했는데 한국에서 기초학문 연구도 함께하며 연구분야를 넓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한국의 훌륭한 제자들을 가르치고픈 마음도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이 교수는 “앞으로 미국에서 쌓은 중개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위암과 간암, 췌장암 등으로 연구분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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