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의 온정에 대해 발길질로 답했다”, “‘막돼먹은 교과서’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30일 오후 일본 정부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교과서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반도 전역은 분노와 배신감으로 들끓었다. 누구보다 앞장서 도호쿠(東北) 대지진 피해의 고통과 아픔을 나누려 한 이웃나라에 감사는커녕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기 때문이다.
각계 각층에서 일본 정부의 행태를 성토하는 성명 발표가 이어졌고, 대지진 피해 일본 돕기 성금 모금 중단, 일제상품 불매운동을 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추모집회를 열고 성금까지 모았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정대협은 이날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집회를 열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막돼먹은 교과서’ 검정 승인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일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픔을 나누고자 후원금도 냈는데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대협은 지난 16일 ‘일본시민 모두 힘내세요’란 펼침 막을 들고 19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이어온 수요집회를 추모집회로 바꿔 진행했다. 당시 길원옥 할머니(84)는 “상처가 없어지진 않지만 죄는 미워도 사람은 밉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도 이날 일본ㆍ중국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영토 문제를 매개로 한 애국주의 부추기기”라고 비판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 단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소록도 한센인마저 지진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우리 나라에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이웃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독도수호전국연대 관계자는 “한국 국민들의 온정 어린 성금이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으로 돌아왔다”며 “성금 모금 운동을 즉각 중단하고 주한 일본대사를 강제추방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내고 “재난을 당한 일본을 진정으로 도우려는 한국민의 사랑과 노력에 대해 발길질로 응답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냉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함은 물론 ‘실효적 지배’ 강화와 같은 실제적인 방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회사원 김혜선(27)씨는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걸 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조차 사라진다”고 치를 떨었다.
교육단체도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전교조는 성명서에서 “변함 없는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과 후안무치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검정 결정에 다시 한번 분노한다”며 “역사와 인류 앞에 진정성있는 사죄와 부당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학교 검정 교과서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사회를 열고 독도침탈 행위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경북도교육감과 경북지역 23개 시ㆍ군 교육장 등 35명은 이날 독도평화호(號)에서 선상규탄대회를 열고 “일본 정부는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자라는 일본 학생들에게 거짓없이 교육하라”고 촉구하며, 독도교육 활동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전국 시ㆍ도지사들도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서를 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대협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이 같은 결과를 통보 받고도 발표되고 나서야 부산을 떨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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