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8시 현대건설의 서울 계동 사옥 본관 강당. 직원 조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흐르던 분위기는 빨간 넥타이를 맨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연단에 오르면서 반전됐다. 현대건설 직원 670여명은 일제히 일어나 우뢰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정 회장은 환한 미소와 함께 "한 가족이 된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이 날의 절정은 사기(社旗) 전달식이었다. 정 회장은 작업복 차림의 현대건설 직원이 깃발을 건네자 승전보를 전하는 장수처럼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이어서 직원들의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가 강당을 메웠다. 정 회장은 이를 바라보며 "오늘은 뜻 깊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현대건설을 세계적 국가대표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차 그룹은 앞으로 현대건설에 10조 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세계적 초일류 건설사로 키울 계획이다.
"우리는 한가족이다."
새 주인을 맞은 계동 사옥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직원들인 오전 6시부터 출근해 조회 준비를 했다.
오전 6시 55분. 정 회장의 검정색 에쿠스가 나타났다. 차에서 내린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11년 만에 돌아와 감개무량하다"며 "앞으로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또 "앞으로 (계동 사옥을) 자주 방문할 것 같다"며 현대가의 상징인 계동 사옥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계열분리, 왕자의 난 등으로 2000년 12월 현대차가 양재동 사옥으로 옮기면서 이 곳을 떠난 지 10여년 만에 귀환했다.
정 회장은 김용환 현대차 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건설 대표 이사로 선임된 김창희 부회장, 김중겸 사장, 이정대 현대차그룹 부회장(현대건설 비상임 이사) 등의 영접을 받으며 15층 집무실로 향했다. 선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쓰던 집무실이다. 정 회장은 10년 간 비어 있던 이 곳에서 40여분 간 보고를 받고 조회에 참석해 현대건설이 한 식구가 된 사실을 공식 선포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
현대차 품에 안긴 현대건설 임직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주인 없는 현대건설을 이끌어 왔던 김중겸 사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며 "첨단 엔지니어링 분야를 강화해 친환경 자원 순환형 기업을 지향하는 그룹의 핵심 축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기나긴 고3 수험 생활을 끝내고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같은 기분"이라며 "긴장과 기대가 교차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현대차가 이룬 초고속 성장의 경험과 자본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곧 본격적인 인사가 있지 않겠냐"며 걱정하는 직원도 있었다.
한편 양 사 임원들은 업무 후 가족들을 동반해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상견례를 갖고 환영행사를 끝냈다. 이 날 현대차 그룹은 현대건설 채권단에 최종 잔금 4조4,641억원을 납입해 총 인수대금 4조9,601억 원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완결지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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