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친ㆍ반정부 세력 모두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은 아들들이 중심이 돼 서방과의 협상에 적극적이고, 카다피군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반카다피 시민군도 '정치적 해결'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의 측근인 모하메드 이스마일이 영국 당국과 비밀회담을 갖기 위해 최근 런던을 방문했다고 정부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영국과 카다피 측은 지난 2주간 긴밀히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스마일 방문이 확인되면서 카다피의 출구전략에 시동이 걸린 것으로 해석된다. 가디언은 특히 카다피 아들들인 알이슬람, 사디, 무타심이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세부 협의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카다피는 퇴진해야 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리비아 외교관과 전 관료들의 말을 빌려 "카다피가 자신이 직접 정권이양을 관할하는 방안과 국가안보보좌관인 무타심에게 정권이양을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는 최근 카다피 측근들의 잇따른 이탈은 영국 정부의 내부붕괴 압박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영국으로 망명한 데 이어, 신임 유엔대사로 임명된 알리 압델살람 트레키 전 외무장관이 "카다피 체제에서 어떤 관직도 맡지 않겠다"면서 사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약 10명의 리비아 인사와 접촉 중이다. 시민군을 지지하는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 주재 전 리비아 부대사는 "리비아 관료 대부분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감시가 삼엄해 출국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지난달 31일 아부제드 오마르 도르다 해외정보국 수장, 모하메드 즈와이 국민의회의장, 압델라티 알오바이디 유럽연합 담당 외교관이 튀지니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세력의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도 조건부 정전안을 제시하며 해법 모색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이날 압둘 일라 알카티브(전 요르단 외무장관) 유엔 리비아 특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카다피군이 서부 주요도시에서 철수하고 시민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면 유엔이 요구하는 정전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카다피 측과의 대화 불가를 고수해 온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잘릴 위원장의 발언은 유엔 연합군의 지속적인 공습에도 불구, 카다피군의 화력에 밀려 퇴각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부터 군사작전 지휘권을 넘겨받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시민군 무장에 미온적인 점도 전세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민군은 1일에도 카다피군과 석유수출항 브레가 외각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였으나 중화기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동쪽으로 더 후퇴해 아즈다비야 인근까지 밀려났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