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일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전략공천이 아닌 여론조사 경선 방식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여론조사 경선을 하면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4월27일 치러지는 분당을 보선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강 전 대표의 '빅매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 뒤 가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회의 논의 결과 현재 분당을에 공천을 신청한 6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추가 공모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 공천심사위원회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2곳 이상의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6명을 대상으로 휴일인 3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4일 공심위 전체회의에 전달된다.
정운찬 전 총리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만큼 정 전 총리를 제외한 여론조사 경선에선 강 전 대표가 1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강 전 대표를 분당을 후보로 공천하기로 정리한 셈이다.
한 달여간 상당한 진통과 우여곡절을 겪었던 분당을 공천 문제가 의외로 신속하게 정리된 데 대한 궁금증도 크다. 여권 주류는 정 전 총리 영입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고, 막판에는 분당을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내다 사퇴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다시 투입하는 방안까지 일각에서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왜 결국 강 전 대표로 정리됐을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과정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손학규 대표의 출마 선언이 있은 직후 안상수 대표와 원희룡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긴급하게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손 대표를 이길 '필승 카드'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오갔고 정 전 총리뿐 아니라 임태희 실장 카드도 거론됐다. '임태희 카드' 아이디어에 이재오 특임장관도 동의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 장관 측은 "미국에 있던 이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지도부는 임 실장까지 포함해 여론조사를 비밀리에 실시했다. 핵심 당직자는 "여론조사 결과 임 실장이 손 대표를 10%포인트 이상 앞섰고, 강 전 대표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며 "정 전 총리는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더구나 정 전 총리는 끝까지 불출마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지도부는 임 실장에게 출마 여부에 대한 의사 타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임 실장과 청와대 측에서 출마에 부정적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도 '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도부는 더 이상의 추가 카드를 찾지 못하고 이날 여론조사 경선을 택했다. 핵심 당직자는 "손 대표가 뛰고 있고 다른 대안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을 더 끌 수 없었다"며 "정 전 총리의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고 '임태희 차출론'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부정적 의견도 많아 원칙대로 신속히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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