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관련 특별기자회견은 사전 원고나 기자단과의 조율 없이 37분간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매끄러운 진행 등을 위해 보통 기자들의 질의서를 미리 받는 게 관례처럼 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또 사회자도 없이 질문을 신청한 기자를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7명의 기자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신문사를 거명하기도 했다. 질의 응답 형식의 회견에 인색했던 이 대통령에게는 다소 이례적이었다. 그간 기자회견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상당히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모두 연설에서 대선공약인 신공항 건설 약속 파기에 대해 "송구하다"고 말한 데 이어 답변 중간에 "지역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지만"이라며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영남권 주민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 한 사람 편하자고 다음 정부와 세대까지 부담을 줄 수 없었다'는 취지로 설명해 백지화 결정 과정에서의 고뇌를 부각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 등에서 직접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의 대부분의 내용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회견에서는 단호한 표현도 눈에 띄었다.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손 날을 위에서 아래도 빠르게 가른 뒤 어금니를 지그시 문 채 "천지개벽을 해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지른 북한이 우선 사과해야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 '북한이 저질러놓고'라는 표현을 네 차례 사용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약간 긴장한 탓인지 몇 가지 말 실수를 했다. 국방개혁과 관련한 답변에서는 김관진 국방장관을 '김진관' 장관으로 불렀고, 천안함 46용사를 '49용사'로 언급했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