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매입 대금 140억 안 갚고 해외도피한 사업가 전격 귀국檢 사기혐의 조사… "사건 복잡해 오래 걸릴 것"창업자는 회사 잃고 양도세 떠안아 신불자 전락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최고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로 각광받았던 '아이러브스쿨', 그 사기 분쟁이 10년 만에 해결될까.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43)씨 등이 2001년 12월 사기 혐의로 고소했던 사업가 정모(49)씨가 10년 간의 해외도피 생활을 끝내고 최근 귀국,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러브스쿨이 순식간에 몰락한 속사정이 자세히 드러날지 주목된다.
29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배성범)에 따르면 정씨는 이 달 검찰에 출석해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2001년 11월 아이러브스쿨 주식매입 대금을 김씨에게 지급하지 않고 홍콩으로 출국한 후 해외로 잠적, 지금까지 기소중지 상태에 있었다.
12년 전인 1999년 10월, 김씨 등이 자본금 150만원으로 창업한 아이러브스쿨은 싸이월드와 함께 대표적인 '토종' 커뮤니티 사이트로 꼽히며 급성장했다. '동창생 찾기'를 모티프로 한 이 사이트는 우리사회 특유의 인맥 추구 문화와 맞아떨어지면서 전국에 동창회 열풍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인기가 치솟자 포털사이트 야후가 2000년 8월 아이러브스쿨을 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비극과 분쟁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김씨 등에 따르면 2000년 9월 창업자 4명은 자신들이 보유한 아이러브스쿨 지분 32%를 정씨에게 넘기면서 매수대금 160억원을 2001년 1월과 3월에 받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정씨는 대금 지급을 계속 연기했고 2001년 10월과 2002년 6월에 각각 80억원씩 대금을 갚기로 계약을 다시 했다. 정씨는 그러나 그 중 20억원만 갚고 2001년 11월1일 예고 없이 홍콩으로 출국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정씨가 개인적으로 빌려간 돈 10억원도 아직 돌려받지 못하는 등 75억원 정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에서 순식간에 빈털터리 신세가 된 김씨는 주식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20여억원까지 떠안게 되면서 더욱 곤경에 처했다. 그는 이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김씨는 2001년 12월 서울중앙지검에 정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정씨가 이미 출국했기 때문에 10년 동안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정씨가 처음부터 대금을 지불한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사기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것이 고소의 골자였다. 정씨는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형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소장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하되 IT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하락하던 당시 상황 등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정씨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도가 없었는지 정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한데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결론을 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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