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 세계적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작품 ‘플라워’(Flowerㆍ1965년작)를 놓고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황윤구)는 중견 가수 C씨(51)의 부인 P씨(48)가 서미갤러리 홍송원(58) 대표와 오리온그룹 오너 일가의 최측근인 조모(53)씨를 상대로 “위탁한 미술품을 돌려주고 4억9,480만원을 갚아라”며 제기한 양수금 청구 소송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P씨는 “‘플라워’ 소유권자로 2009년 3월 조씨에게 그림 판매를 위탁했는데, 조씨가 홍 대표에 다시 판매를 맡겼다”며 “이후 위탁계약을 해지했지만 홍 대표 등이 작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라워’는 앤디 워홀이 여러 점 제작한 동명 시리즈의 하나로 거래가가 8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씨는 또 “남편 C씨가 주요 주주로 있는 E사가 2006년 8월 서미갤러리에 40억6000만원을 빌려줬고, 이후 E사로부터 이 채권을 넘겨받았다”며 “서미갤러리는 E사와의 채무 공제액이라 주장하는 21억원과 조세공과금 14억6,520만원을 제외한 4억9,48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리온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룹과 관계된 조씨가 P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그림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씨는 이미 P씨의 소송에 대해 반소를 제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오리온이 2006년 7월 빌라 부지를 E사에 헐값에 매각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본보 25일자 10면) 중이다. 특히 헐값에 빌라 부지를 사들인 E사가 한 달 뒤 이번 소송에 나온 40억6,000만원을 서미갤러리 계좌에 입금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P씨를 소환 조사했고 지난해 오리온에 대한 국세청 고발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씨의 역할을 확인, 조씨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홍 대표 소환 여부는 수사 상황에 맞춰 결정할 계획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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