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송 대가를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의 갈등이 또 불거졌다. MBC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의 수도권 지역 HD방송 공급을 중단키로 결정, 가입자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수도권 HD방송 가입자는 62만명에 달한다.
MBC는 29일 "스카이라이프가 계약을 불이행해 재송신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해결 거부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내달 13일부터 수도권 지역 HD방송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계약에 따르면 스카이라이프는 MBC에 가입자당 월 사용료(CPS)로 280원을 줘야 한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는 이후 "케이블TV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고 있는데 우리만 재송신료를 낼 수는 없다"면서 계약서상 케이블TV나 IPTV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한다는'최혜대우 조항'을 내세워 재협상을 요구해왔다. 이에 MBC가 지난해 4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양측은 현재 법원에서 계약의 효력 문제를 다투고 있다. 두 회사는 내달 6일 법원의 1차 조정을 앞두고 있다.
MBC의 일방적인 방송중단 통보에 스카이라이프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MBC가 법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 방안을 무시한 채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을 중단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더구나 스카이라이프의 주주총회 전날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은 3대주주사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MBC는 스카이라이프 지분 4.3%(194만4,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MBC는 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매출액 4,310억원, 순이익 404억원)을 냈고 5월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지금이 재송신료를 받아낼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지상파의 요구대로 재송신료를 낸다면 순이익이 모두 지상파로 가게 된다. MBC가 요구하는 CPS는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단호한 입장이어서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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