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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술관 관장들 속속 복귀, 미술계 "약이냐 vs 독이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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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술관 관장들 속속 복귀, 미술계 "약이냐 vs 독이냐" 논란

입력
2011.03.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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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물러났던 대기업 미술관 관장들이 최근 속속 복귀함에 따라 향후 미술계에 미칠 여파를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 서미갤러리의 오리온 그룹 비자금 연루 의혹과 성곡미술관 전 큐레이터 신정아씨의 자서전 출간 등과 맞물려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는 16일 열린 ‘코리안 랩소디’전 개막행사에 관장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3년 만에 리움 관장직에 복귀했다. 2008년 6월 삼성 특검 이후 리움은 관장직을 공석으로 유지한 채 홍 관장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돼 왔으며, 2년간 자체 기획전 대부분이 취소됐었다. 리움 관계자는 29일 “일본 대지진 참사 등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별다른 공식 행사 없이 복귀했다”며 “향후 미술관의 여러 가지 활동들에 좀 더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서 2007년 ‘신정아 사건’에 휘말려 성곡미술관 관장직에서 물러났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 박문순씨도 1일 성곡미술관 관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박 관장은 성곡미술관 전시회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 미술계에서는 대기업 안주인들의 관장 복귀가 작품구입과 미술 투자 등으로 이어져 미술시장의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이들의 복귀는 미술시장에서 보면 활발한 투자효과가 기대될 것이고, 미술 문화 측면에서는 기획전 등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 일반인들의 문화 향유기회와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터라 심적 부담이 클 텐데, 이를 극복하고 다시 나섰다는 것은 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다짐으로도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한 사립미술관 학예사는 “국가기관이나 정부 주도의 공적 기관이었다면 복귀 여부에 대해 다소 비판적일 수 있으나, 엄연히 사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이고, 이들이 실제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해 왔던 터라 일선에 복귀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고 했다.

반면 재벌이나 권력자에 의해 미술시장이 좌우되고, 미술품의 가치가 경제적인 가치로 매겨진다는 데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미술계 인사는 “두 관장은 미술계의 큰 손으로 상징적인 역할에 불과한데, 이들의 연륜과 안목이 실질적인 미술계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최근 상황과 맞물려 미술관이 기업의 비자금 세탁창구나 각종 사회적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만 심어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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