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복구 작업이 인력난이라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만났다. 상황이 점점 더 꼬이며 할 일은 더 많아졌는데도 부지 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위험한 작업을 꺼리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 환경이 최악으로 전해지며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복구 작업이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원자로를 계속 냉각시키면서 건물 안팎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2호기 건물 내 오염수에서 평소의 10만배가 넘는 방사능 오염 물질이 계측된 데 이어 핵 연료봉이 녹으면서 방출된 것으로 보이는 플루토늄까지 검출되며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미 도쿄전력 협력사인 간덴코(關電工) 직원 2명과 하도급회사 직원 1명이 24일 3호기의 터빈실 지하에서 물웅덩이에 다리를 담근 채 전력 케이블을 설치하다 피폭,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일부 직원들은 자신들이 입고 있는 방호복이 안전한 지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들의 근무 환경은 ‘경제 대국 일본’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하다. 29일 아사히신문을 비롯 일본 언론들이 원전 보안검사관사무소 요코다 가즈마(39) 소장의 말을 인용, 보도한 이들의 하루는 가혹하기 짝이 없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도쿄전력 및 협력사 직원 450여명이 오전 7시 회의로 일과를 시작한다. 이들은 비스킷 2봉지와 채소 주스로 아침을 때운 뒤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점심도 거른 채 주어진 일을 한다. 작업을 마친 뒤 숙소에서 주는 저녁 식사는 물을 넣으면 열이 나는 미역 밥이나 버섯 밥, 카레, 닭고기가 든 통조림 1통 등에 불과하다. 잠은 1호기에서 북서쪽으로 300m 떨어진 ‘긴급 대책실’에서 잔다. 각자에겐 모포 1장만이 주어진다. 오후 10시를 넘겨 취침을 하지만, 야근자는 잠을 자지 않고 각종 계기판을 감시해야 한다. 물은 한 명당 하루 1.5리터가 제공되고 있다. 목욕이나 샤워는 불가능하고, 옷도 거의 갈아입지 못한다. 한 직원은 “건빵으로 굶주림을 견디고 토막잠을 자며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젠 건빵을 씹을 힘도 없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을 위험성이 높은데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며 당분간 작업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도쿄전력은 일부 직원에겐 일당으로 40만엔(한화 약 545만원)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흔쾌히 응하는 직원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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