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오페라 무대의 화두는 단연 이탈리아다. 지중해의 태양을 닮아 뜨겁고도 명료한 감정선, 귀를 파고드는 아리아가 백미인 이탈리아 낭만주의 오페라로 국내 본격 시즌 개막을 알린다. 특히 정치와 애증을 소재로 펼쳐지는 역사적 텍스트가 톡톡 튄다. 국립오페라단과 서울시오페라단의 한판 대결이라는 점도 또 하나의 포인트.
국립오페라단이 준비한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는 14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 제노바 총독의 파란을 그린다. 평민 출신으로 제노바의 평화를 위해 모든 것 바치지만 정쟁 속에서 연인과 딸을 잃고 마침내 독살되는 암울한 이야기다. 거장 베르디는 68세의 나이이던 1857년 베니스에서 초연 이후 퇴고를 거듭했다. 1881년 밀라노에서 재공연, 완성되기까지 모진 산통을 겪어야 했다.
작품은 지휘자 정명훈에게도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33세로 데뷔할 때 오페라로 당시 패기 넘치는 독창적 해석과 열정적 지휘로 메트에 새 지휘자의 도래를 알리는 결정적 계기였다. 정씨의 두 번째 무대라는 사실 외에도 국립오페라단으로서는 2001년 한국 초연했던 이 작품에 완성도를 더한다는 의미도 적잖다.
권력과 명예를 지녔으나 사랑과 평화를 갈망한 열정적 총독 시몬을 바리톤 고성현 한명원씨 등이, 맑은 영혼을 가진 딸 마리아를 소프라노 강경해씨가, 연인 가브리엘 역을 테너 김영환씨 등이 맡는다. 진중한 울림의 중진 고성현씨, 따스한 목소리의 한명원씨 등 바리톤의 대결이 주목된다. 연출가 마르크 간디니와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가 모두 이탈리아 인력이다. 4월 7~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_5282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한 푸치니의 ‘토스카’는 19세기 로마의 긴박한 정치 상황 속에서 펼쳐진 사랑의 비극을 푸치니의 음악이 감싼다. 제노바광장 총독궁 바다 등 오가며 경찰과 범죄가 대치하는 누아르적 이미지의 무대는 텍스트의 탁월한 연극성이 강점이다. 먼저 연극을 본 푸치니가 10년 뒤 오페라로 완성한 이 작품은 아리아 2중창 3중창이 서사를 교직해 간다.
2005년 동양 연출가로는 최초로 이탈리아 토레델라고의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나비 부인’을 연출해 호평받은 정갑균씨의 해석이 기대된다. 여기에 푸치니의 ‘나비 부인’과 로시니의 ‘모세’로 국내 무대와 인연을 맺은 오페라 전문 지휘자 마크 깁슨(신시내티음대 지휘과 교수)의 음악이 따른다.
‘오묘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 세 노래만으로도 꽉 차는 무대다. 극중 오페라 가수 토스카역에 소프라노 김은주 임세경 김은경씨가, 화가이자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에 테너 박기천 최성수 한윤석씨가, 로마 경찰의 수뇌이자 토스카를 탐하는 스카르피아에 고성현 최진학 박정민씨가 번갈아 나온다. 4월 21~24일 세종문화회대극장. (02)399_1783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