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가 특수목적고(특목고) 설립을 포기하고 그 비용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특목고 설립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안성시는 특목고 설립을 위해 그 동안 시비로 조성한 기금 60억원을 관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안성시민장학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최근 재단법인 안성시민장학회 설립을 위한 법인등기도 마쳤다.
2007년부터 특목고 설립에 뛰어든 시는 2008년 특목고 설립기금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며 기금 조성에 나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황은성 시장도 공약으로 특목고 설립을 내세웠지만 다각적인 검토 끝에 백지화를 결정했다. 대외적인 이유는 우수 인재만 골라서 집중 육성하는 대신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 하지만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 전국 133개 특목고 중 46개(34.5%)가 몰려있고, 추가로 6개 학교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장학재단 전환의 발단이 됐다. 지역할당제는 많아야 정원의 5%에 불과해 500억~600억원이나 되는 설립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실질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시 관계자는 “여러 해 동안 추진해온 특목고 포기에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특별한 반대 여론은 없다”고 말했다.
안성시민장학회는 내달 중 추천을 받아 저소득층 학생과 성적우수 학생 가운데 36명을 선정할 계획이다. 1차로 지급하는 장학금은 총 4,500만원으로 대학생은 300만원, 고등학생은 120만원, 중학생은 60만원씩이다. 또 다문화가정 및 사회취약계층 자녀들 중에서 자립의지가 강한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시는 출연금에 각계각층의 후원을 모아 2015년까지 장학기금 100억원 이상 조성이란 목표도 세웠다. 황 시장은 “극소수를 위한 특목고보다 다양한 교육복지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지역발전을 위한 교육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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