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들이 요즘 동남권 신공항 난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정부가 30일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결론을 내릴 경우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대해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대해 되도록 말을 아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입지를 놓고 자신의 주요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이 다투는 마당에 어느 한쪽 손을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공감한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경제 논리, 편익 위주로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을 밝혀왔다.
하지만 신공항이 백지화로 결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백지화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건 약속을 깨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세종시 파문과 다를 바 없다. TK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정치적 신뢰가 트레이드마크인 박 전 대표로선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TK 민심을 감안해서라도 박 전 대표가 강경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세종시의 경우 입법의 문제였지만, 신공항은 행정의 문제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강경 입장 표명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약속하신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시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었다. 신공항 백지화도 비슷한 구조인 만큼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한 여권 인사도 "아직은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 신공항 문제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영남 민심은 차기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다시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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