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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로열패밀리'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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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드라마 '로열패밀리' 인기 비결은?

입력
2011.03.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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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로열패밀리'는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에서 벌어지는 암투를 다루지만, '재벌 드라마'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기다. 주인공은 매회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돌파한다. "멈출 수 없다면 달릴 수밖에 없다"는 김인숙(염정아)은 갖은 지략을 동원해, 자신을 짓밟는 절대권력자 JK그룹 공순호(김영애) 회장에게 맞선다. 그리고 매번 벼랑 끝에서 다시 살아나 공 회장의 인정을 받는다.

여자 주인공이 힘겨운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마침내 목적을 이뤄가는 구조는 사극 '대장금'이나 '선덕여왕'과 닮았다. 인숙의 캐릭터는 장금이나 덕만처럼 절대 선(善)이 아닌 선과 악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미스터리 한 인물이어서 더 매력적이다. 때문에 드라마는 재벌가에서 철저히 무시당하며 살아온 한 많은 며느리의 복수극 같기도, 철저히 짜여진 각본대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무서운 여자의 자작극 같기도 하다. 재벌 드라마 홍수 속에서 독특한 색깔을 보이고 있는 '로열패밀리'의 인기 비결을 짚어봤다.

빠른 전개와 실제 재벌이야기로 흥미

인숙이 사고로 남편을 잃는 것으로 시작한 드라마(16부작)는 그가 시어머니인 공 회장에게 인정받아 JK그룹 지주회사인 JK클럽 사장에 오르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16,17일 방송에선 인숙이 명품화장품 '딜랑' 유치를 싸고 JK 맏며느리이자 구성그룹 큰딸인 임윤서(전미선)를 굴복시키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돼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탈세와 정치권 로비, 자식들간 경영권 암투 등 에피소드들이 실제 재벌가에서 불거졌던 문제들을 바탕으로 한 것도 흥미를 끄는 요소다. JK와 구성그룹의 '딜랑' 유치 경쟁은 루이비통 매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삼성가와 롯데가 딸들의 자존심 대결과 흡사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동서와 친척들의 불륜을 캤던 모 그룹 맏며느리 사건도 담겼다. "그룹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가족"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비정한 재벌가의 이면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욕망과 화려함만으로 치장한 여느 재벌 드라마와는 확실히 선을 긋는다.

촘촘한 이야기 원작과 크리에이터의 힘

한희 책임PD는 "권음미 작가가 2년여를 준비한 작품답게 사건이 너무 많아서 내가 좀 빼고 가자고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단순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흥미를 떨어뜨리기 일쑤인 요즘 드라마와 비교해, 풍성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인다. 여기에 빠르고 세밀한 구성을 더해 '미드'의 빠른 전개에 익숙한 젊은층에게도 어필한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일본 소설가 모리무라 세이치의 . 일본에서 몇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화제작이다. 제작사 퓨쳐원의 이동익 대표는 "원작의 큰 줄기만을 따와 한국식으로 대폭 각색했다. 극적 구조를 더할 내용들로 살을 붙였기 때문에 긴장감을 더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작보다는 각색의 힘이 크다는 것이다.

권 작가를 도와 크리에이티브로 참여한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역할도 크다. 이들은 기획단계는 물론, 원고의 재수정과 최종 출고 과정에까지 동참한다. 김영현-박상연 콤비는 2007년 '히트'에서 공동작업을 시작해 '선덕여왕'을 성공시킨 주인공. '로열패밀리'의 인숙과 공 회장이 '선덕여왕'의 덕만과 미실에 비견되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권 작가가 김영현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동했던 게 인연이 됐다.

천사와 악마 공존 염정아, 카리스마 김영애

베일에 싸인 김인숙의 정체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연약한 눈빛의 인숙은 한 순간에 돌변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염정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층적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 내고 있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오싹하게 소름이 돋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연기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저거 치워." 간담이 써늘해지는 김영애의 한마디는 이 드라마의 명대사로 꼽힌다. 극중 모든 인물을 압도하는 공 회장의 냉혈 카리스마는 김영애의 연기로 더욱 빛난다.

은인으로 엮인 인숙과 한지훈(지성)의 숨겨진 악연뿐 아니라, 인숙을 돕는 집사 엄기도(전노민)가 윤서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그려지는 등 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다. 명확하지 않은 인물 설정은 다층적 이야기 구조 속에 스며들어 궁금증을 한껏 유발한다. 인숙이 '김마리'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과거나 인숙과 지훈의 악연 등 곳곳에 복선을 깔고 시청자와 숨바꼭질을 하듯이 하나하나 풀어내는 것도 드라마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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