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람을 죽이고도 죄를 추궁당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어린 딸 미나미가 인생의 전부였던 중학교 교사 모리구치 유코. 자신의 반 학생이 미나미를 살해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그의 생기없는 목소리로 영화가 시작되자 예비 법조인들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그들에겐 '14세 미만의 청소년 범죄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화두가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구 미로스페이스에서 13세 중학생이 저지른 살인 사건과 여교사의 복수 이야기를 다룬 일본 영화 '고백'의 특별 시사회가 열렸다. 120석의 자리 대부분은 사법연수원생, 로스쿨생, 법학과 학부생들과 이들을 지도하는 교수들로 채워졌다.
러닝타임 106분 동안 예비 법조인들의 마음이 조용히 극장 안을 채우는 듯했다. 영화가 끝나자 서울고검 김규헌 검사는 "인생관과 사회관에 따라 소년법에 대한 각자의 결론도 상이할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형법의 틀을 고민없이 가져오면서 고착된 국내 형법의 '14세 미만 청소년 범죄 처벌 규정'에 대한 토론을 진행해보자"고 제의했다. 현행 형법은 14세 미만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사 처분하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균관대 로스쿨생 A씨는 "현재의 14세는 일제강점기 당시와 비교해 월등히 성숙하고, 미디어 발달로 사회화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12세 이하로 적용 연령을 낮추는 등의 논의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법연수원생 C씨는 "논의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청소년 범죄를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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