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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두산 대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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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두산 대폭발

입력
2011.03.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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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일본 홋카이도 남쪽 항구 도시인 도마코마이 시의 건설공사로 절개된 지층에서 매우 특이한 백색 화산재 층이 발견됐다. 일본에서 그때까지 발견된 화산재와는 성분이 크게 달랐다. 알칼리 장석을 포함하고 있었고, 나트륨 칼륨 등 알칼리 성분의 함량도 훨씬 높았다. 광물학적 지문이 전혀 다른 이 화산재는 곧 홋카이도 전역과 도호쿠 지방의 넓은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화산재 층의 두께는 1~2㎝였지만 오랜 세월 윗부분 지층에 눌린 상태를 감안하면 처음 쌓일 당시는 5㎝ 안팎으로 추정되는 규모였다(소원주 ).

■ 퇴적시기가 940년 대로 추정된 이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어디서 왔을까. 일본 화산 전문가들을 당혹하게 했던 수수께끼는 일본정부가 1970년부터 동해 해저 시추를 통해 채취한 주상(柱狀) 시료에서 풀렸다. 맨 위층에서 발견된 같은 성분의 화산재층은 한반도에 가까워질수록 두께ㆍ입자 크기가 증가했고 그 방향은 정확히 백두산을 향했다. 연구를 지휘했던 도쿄 도립대학 화산학자 마치다 히로시는 이 화산재를 분출지와 최초 발견지 이름을 따 B-Tm(Baegdusan-Tomakomai volcanic ash)이라고 명명했다.

■ 백두산에서 일본 동북부까지는 1,200㎞. 그 먼 거리에 5㎝ 안팎의 화산재가 쌓인 것 등을 근거로 화산학자들은 분출물 양이 100㎦를 넘은 것으로 추정한다. 화산폭발지수(VEI) 8등급 중 7에 해당하는데, 기원 후 지구상에서 가장 큰 화산폭발이다. 10세기 헤이안 시대의 어느 날 일본 동북부와 홋카이도 일대에 폭설이 내리듯 화산재가 쏟아져 지표면을 뒤덮고, 칠흑 같은 어둠이 수일 동안 계속됐을 것이다. 백두산 일대에서는 25㎞ 상공까지 화산분출물 기둥이 치솟고, 이게 붕괴되면서 거대한 화쇄류(火碎流)가 시속 150㎞ 이상으로 흘러내리며 모든 생물을 태워버렸다.

■ 반경 수백 ㎞에 달하는 지역이 수㎙ 이상의 화산재에 뒤덮였다. 유황냄새만 진동하는 땅에서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백두산 일대에 화산성 지진이 빈발하고 마그마 활동이 심상치 않아 대폭발 우려가 커져 왔다. 10세기와 같은 규모의 폭발이 일어난다면 한반도 북부는 바로 지옥이다. 일본 도호쿠 지진은 비교도 안될 것이다. 오늘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민간 전문가회의가 열린다. 북측의 의도를 놓고 구구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한민족의 명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진지한 협의를 기대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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