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의 거센 민주화 바람 속에서 바레인이 유독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주변국 군대까지 동원한 강경진압으로 시위가 잦아들고 있다. 동력을 잃은 야권은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을 일부 철회하고 쿠웨이트의 중재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해, 바레인 사태가 새 전기를 맞았다.
바레인 반정부 시위대의 최대 조직인 알 웨파크는 27일(현지시간) 정부가 군대를 철수시킨 뒤 정치범을 석방하면 정부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당초 입헌군주제 수립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한달 이상 수도 마나마 중심가를 점거한 것을 감안하면 크게 양보한 협상안이다. 알 웨파크는 또 수니파인 바레인 왕가와 시아파인 반정부 시위대 간 협상을 수니파인 쿠웨이트 왕가가 중재하겠다는 제안도 조건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레인에서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군대의 지원을 받은 정부 보안군이 14일 강경 진압에 나선 뒤 시위대가 사실상 괴멸되고 있다. 특히 7명의 주요 반정부 지도자가 연행되며 사령탑이 무너졌고 100명 이상의 시위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고립된 알 웨파크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셈이다.
그러나 바레인 정부는 아직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어 사태가 평화적 해결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양쪽의 대화를 촉구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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