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의 약점을 잡고 합의금을 뜯어낸 일당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28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주부 김모(43)씨는 지난 1월26일 밤 혈중알코올농도 0.144%의 만취상태로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다 길동전화국 앞에 주차된 세라토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이면도로에 세워진 아반떼 승용차의 사이드 미러도 쳤다.
사고장면을 목격한 하모(28)씨 등 2명은 김씨가 음주상태라는 점을 직감하고 세라토 뒤에 있어 부딪히지도 않은 인피니티 승용차 주인 김모(28)씨와 일을 꾸몄다. 3명이 차에 타고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입을 맞추고 뺑소니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 아반떼 주인 김모(26)씨도 사고 당시 혼자였지만 모두 4명이 함께 타고 있었다며 사고를 부풀렸다.
이들은 “1인당 100만원(합계 700만원)인데 깎아준다”며 합의금으로 600만원을 요구했고, 만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그랜저 운전자 김씨는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차량 수리도 해줬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들이 ‘진단서를 안 끊을 테니 합의금을 달라’고 했다는 그랜저 운전자의 말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여겨 재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현장 부근 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해 사고 당시 아반떼엔 1명만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페인트성분 분석 등을 통해 인피니티에 난 흠집은 그랜저에 긁힌 게 아니라는 것도 밝혀냈다.
경찰은 이들 7명을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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