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사고가 전형적 인재(人災) 라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은 28일 일본의 원자력안전보안원이 11일 도호쿠(東北) 대지진 발생직후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3시간 내에 노출되는 노심용융을 예측하고도 대응이 늦어져 초대형사고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보안원은 11일 오후 10시께 원자로의 연료봉이 3시간내에 노심용융상태에 빠질 것을 예측, 이 사실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에게 보고했다. 보고에선 11일 오후 11시50분께부터 냉각수 양이 떨어지면서 원자로 핵연료가 노출되고, 이어 연료를 감싸고 있는 피복관이 파손돼 12일 0시50분부터 노심용융이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한 응급조치는 오전 3시20분부터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증기배출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12일 오전 1시께 1호기 원자로 격납용기내 압력이 상승해 오전 4시께 중앙제어실에서 시간당 150마이크로시버트의 감마선이, 오전 5시에는 원전 정문에서 요오드가 검출됐다. 하지만 간 총리는 오전 5시44분 원전반경 10㎞ 이내 주민에게 대피를 지시한 뒤, 후쿠시마 원전본부로 향하지 않고 지진피해현장을 시찰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현장을 시찰 중인 총리의 피폭 염려 때문에 현장 대응이 늦어져 사태가 심각해졌을 수 있다"며 책임추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상황 보고를 받고 응급조치가 실시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찰에 나섰다"고 해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쓰나미의 위험을 과소평가해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이 쓰나미 피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2006년이 돼서였다. NYT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간부들은 규모 9.0의 강진을 결코 상상하지 않았으며, 실제 2002년 한 자문그룹이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높이 5.5m의 쓰나미가 올 것을 상정해야 한다는 조언에 전기펌프의 수위를 0.2m 높이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 원전 설계 당시 내구성을 담당했던 아오야마 히로유키씨는 "당시 원전은 일반 건물에 비해 3배의 지진 내구성을 갖도록 설계됐으나, 어떤 근거에서가 아니라 그냥 주먹구구식이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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