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경기 광명시 가학동 야산. 일명 ‘가학폐광산’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순간 비릿한 젓갈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쭉 뻗은 인공동굴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장화를 신고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엄습했다. 땅바닥은 진흙투성이였고,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었다. 바닥에 깔린 광석운반용 레일은 1972년 폐광 뒤 흙이 쌓여 50~60㎝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약 160m 가량을 걸어가자 세 갈래 길이 나왔다. 정광해 광명시 공원조성팀장은 “곧장 난 길로 240m쯤 가면 광산 동쪽 소하동 방면 출입구로 연결된다”며 “왼쪽 길은 약 75m, 오른쪽은 165m 정도 이어져 0레벨(지상 1층)의 일부인 제1광구 갱도 길이만 약 1㎞다”고 설명했다.
오른쪽으로 조금 더 가자 높이가 수십m는 될 듯한 동공(空洞)이 나타났다. 천장에 채광과 환기용 구멍이 뚫린 거대한 공간이었다. 동공 한쪽에는 아래에서부터 차오른 지하수가 고여 있었다. 가학폐광산은 해발 180m에서 지하 95m까지 총 8레벨로 이뤄져 있다. 갱도의 길이를 합치면 7.8㎞에 달하고, 동공도 50여 개나 된다. 시는 지하수 약 9만㎥가 1레벨(지하 1층)부터 8레벨(지하 7층)까지 가득 채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팀장은 “제1광구 면적만 4만2,490㎡라 울산의 자수정동굴(1만6,530㎡)이나 강원 삼척의 환선동굴(2만㎡)보다 크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폐광산을 가진 광명시가 수도권 최초의 동굴관광지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이렇다 할 관광시설이 없는 광명에서 가학폐광산이 ‘구원투수’로 등장한 셈이다.
시에 따르면 가학폐광산의 정식 명칭은 시흥광산으로, 1912년부터 약 60년간 수도권 최고의 금속광산으로 명성을 떨쳤다. 1960년대에는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했지만 폐광 뒤 점차 잊혀졌다. 1999년부터 활용방안을 모색한 시가 올해 42억원의 예산을 수립해 광산 일대 부지를 매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사업에 불이 붙었다.
시는 용역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되면 우선 0레벨 동굴 관람을 시작하고, 레일바이크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후 모험과 탐험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1레벨 이하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의 켈리코 광산은 가학폐광산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서부시대의 향수를 주제로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며 “KTX 광명역 및 인천국제공항 등과의 접근성, 깊이와 갱도 길이 등을 감안하면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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