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4세 평범한 여대생입니다. 소개팅에서 얘기가 잘 통하는 남자를 만났는데 집에서 버스비정도만 받아서 생활하는 알뜰남인 게 걸려요. 근사한 곳에서 밥도 먹고 싶고 괜찮은 선물도 받고 싶은데… 이런 분과 연애해도 될까요.”
A.“레스토랑에서 에피타이저도 꼭 시켜줘야 하고 명품가방 두 세 개나 주얼리를 받아야 사랑을 확신할 수 있는 건가요. 왜 그 남자네 집 돈으로 당신의 연애욕망을 충족시켜 줘야 하는 거지요.”
한 일간지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서 연애 상담가로 활약하는 칼럼니스트 임경선(39)씨의 상담은 명쾌하고 거침없다. 임씨는 남자가 데이트에서 돈을 많이 내길 바라는 소위 ‘된장녀’에게 “연인은 당신의 의식(衣食) 해결용이 아니다. 그러한 현시(顯示)욕망은 스스로 혹은 네 부모에게 엉겨 붙어 해결하도록”이라고 독설을 내뱉는다. 임씨는 입에 발린 위로의 말 대신 현실적인 조언을 날리기도 한다. 점점 뚱뚱해지는 여자친구가 싫다고 말하는 남자에게 “살을 빼라고 말하든지, 헤어져라. 연애는 동정이 아니야”라고 매몰차게 말하는 식이다.
10년 넘게 기업체 마케팅, 홍보 분야에서 일해오던 임씨가 청춘의 사랑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갑상선 암 투병으로 20대를 외롭게 보낸 개인적인 아픔이 크게 작용했다. “스무 살에 처음 발병한 이후 10년 동안 4번이나 재발했어요. 암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마음의 병이 더 컸죠.” 공황장애까지 겪었던 임씨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치유해나갔다. “당사자가 아닌 제 3자 입장에서 살펴보니 갈등의 핵심이 보이더라고요. 연애를 비롯해 인생의 모든 꼬임은 결국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건데 남 탓만 하니까 불행할 수 밖에요.”
임씨는 연애에 임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인생관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성과의 만남도 계산적으로 접근하던데 당장은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진심을 다하지 않는 인간관계에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죠. 진정한 사랑을 하다 보면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두려워 말아야 합니다.”
임씨는 “희로애락의 압축판인 연애야말로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성장통”이라며 “‘초식남’, ‘건어물녀’처럼 연애를 기피하고 귀찮아하는 20대들이 많아지는 것은 성장하길 거부하는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임씨는 돈이 없어서 결혼은커녕 연애할 엄두도 못 낸다는 청춘들에게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꼭 남들이 짜준 데이트 코스를 따라야 할 필요가 있나요. 돈이 아닌 사람으로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죠.”
지금까지 800여건의 연애상담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독립적인 삶’을 주문해왔다는 임씨는 대한민국 20,30대 청춘들의 심리를 다룬 소설책을 다음달 출간할 예정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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